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29 10:4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19일 관영 CCTV를 방문해 뉴스 보도 앵커석에 앉아 있다. 그의 방문 뒤 '매체 성씨는 당'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있다. <사진=둬웨이>

요즘 중국의 큰 화제 중 하나가 각 언론매체의 성씨(姓氏)를 묻는 일이다. 본격적인 소용돌이는 지난 2월 19일 일었다. 중국 최고 권력의 정점인 시진핑(習近平)이 관영 신화통신사, 당 기관지 인민일보, 관영 CCTV를 시찰한 뒤 언론매체 종사자들과의 좌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이 문제였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당과 관영 언론은 당과 국가의 선전 진지(陣地)로서 성씨는 바로 당(黨)이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로써 중국에서는 ‘매체의 성은 당(媒體姓黨)’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공산당 집권 기반의 강화를 위해 매체의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좌경 보수의 흐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시진핑의 이 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2015년 12월 공산당 고위 간부 교육장소인 당교(黨校)를 방문해서도 “당교의 성씨는 당”이라고 했고,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를 시찰한 자리에서는 “해방군보의 성씨는 당”이라고 발언했다.

급기야 신화통신사, 인민일보, CCTV를 방문한 뒤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함으로써 ‘매체의 성씨는 당’이라는 말이 중국 주류사회의 핵심적인 화제로 부상한 것이다. 일반적인 분석대로 이런 흐름은 시진핑 정부의 사상적 흐름이 보수를 향해 더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사상을 더 통제하려는 분위기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의 사회 전반을 이끌었던 개혁과 개방의 틀이 일부 수정을 거쳐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체의 성씨는 당’이라는 화두는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중국 관찰자들에게도 매우 관심을 끄는 주제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향해 매서운 발언을 쏟아내던 렌즈창(任志强)이라는 관료 출신의 부동산 재벌이 이를 비판했다가 관영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맞는 ‘사건’도 화제로 떠올랐다. 반발도 일기 시작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유력 중화권 언론인 둬웨이(多維)는 남부 지역의 핵심 매체인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유명 기자 한 명이 3월 28일 사직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그의 사직서에 적힌 ‘사직 이유’가 흥미를 끈다. 보도에 따르면 위사오레이(余少鐳)라는 기자는 사직 이유를 “당신들을 따라 성씨가 더 이상 당일 수 없다”고 적었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매체는 성씨가 당”이라는 발언 이후 더욱 거세지는 언론 통제에 대한 구체적인 반발이었다.

공산당 일당전제의 틀을 유지하며 이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당과 국가 언론의 충성을 요구하는 일이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지침이 일파만파 식으로 확산해 모든 매체에 그와 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매체의 성씨’에 관한 논란은 요즘 중국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 점자 거세지는 통제의 분위기, 시진핑 개인 권력의 강화, 당과 국가 주도의 통치 기반 보강,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감시 및 통제 강화가 한 쪽 흐름이고 더 민주적이며 더 자유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또 한 쪽의 흐름이다.

중국식 발전 모델은 흔히 ‘베이징 컨센서스(北京共識)’로 불린다. 서방의 민주와 자유를 바탕으로 한 사회발전과는 길이 틀리고, 사고방식도 달라서 나온 말이다. 한 동안 그런 ‘베이징 컨센서스’는 유행을 탔다. 서방과는 다른 경제 및 사회발전의 모델로 각광도 받았다.

시진핑 정부의 ‘매체 성씨는 당’이라는 주장의 흐름에 담긴 중국 공산당의 보수적 회귀는 많은 함의를 던진다. 여러 측면에서 연구해 볼 주제다. 그러나 서방 식 발전모델의 대안으로도 떠올랐던 ‘베이징 컨센서스’가 통제와 감시 강화를 직접 거론하고 있는 매체 성씨 논란으로 인해 크게 점수가 깎이고 있다는 점만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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