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6.06 18:00

"마스크 항시 착용으로 메이크업 의미 없어"…코어 소비·셀프 뷰티족 확산

매니큐어 (사진=픽사베이)
매니큐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1. 지난 2월 말부터 현재까지 재택근무 중인 김○○씨(27‧여)는 아침에 일어나 세안한뒤 스킨과 로션만 바른뒤 곧 업무에 들어간다. 집에선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신경 쓸 사람이 없어 편하다.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김씨에겐 셀프 네일‧염색 등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2. 임○○씨(32‧여)의 출근 준비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는다. 회사에 가기 앞서 기초 화장품과 선크림만 꼼꼼히 바르면 끝이다. 어차피 마스크에 가려질 입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같은 눈 화장은 과감히 포기했다. 눈썹은 ‘타투 펜’을 이용해 전날 밤 미리 그려놓는다.

이들 모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면서 변화한 뷰티 문화다.

최근 코트라가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미국 뷰티산업 전망’에 따르면 다국적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Company)는 올해 전세계 뷰티산업 매출이 전년 대비 25~3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타, 세포라 등 미국 대표 뷰티제품 전문 소매체인을 소유한 LVMH는 1분기 매출이 26%나 줄었고 에스티로더도 11% 감소했다.

이미 국내 화장품업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화장품 매출은 각각 2월 24%, 3월 37%, 4월 22%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1분기 뷰티부문 실적도 크게 위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 67% 떨어졌고,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4%, 10% 줄었다.

◆기본부터 충실한 ‘코어 소비족’ 확산…스킨케어‧이너뷰티 관심↑

이처럼 뷰티업계는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피부의 기본부터 충실히 관리하려는 ‘코어 소비’ 트렌드는 확산되고 있다. 운동에서 코어를 단련하는 게 중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에 따르면 올 1월 28일부터 한 달간 스킨·로션·미스트 등 스킨케어 제품 판매량이 3배(190%) 증가했다. 대표적인 피부 관리 제품인 에센스와 세럼, 오일도 158% 판매가 늘었다. G마켓에서도 스킨·로션·미스트는 54%, 에센스는 43% 많이 팔렸다.

또한 CJ올리브영이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의 ‘올영세일’ 매출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스킨케어 첫 번째 단계에 쓰이는 토너의 매출이 전년 대비 60%가량 급증했다.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키고 더워진 날씨에 가벼운 제형으로 부담 없이 피부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유산균, 비타민, 항산화 등 기초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식품 구매도 크게 늘어 매출이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특히 피부를 속부터 탄탄하게 가꾸려는 수요가 이른바 ‘먹는 화장품’으로 알려진 ‘이너뷰티’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면서 콜라겐, 히알루론산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14배 늘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를 겪고 있는 고객들이 가성비나 실속만 따지지 않고 나를 위한 보상이나 투자에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운동에서도 코어가 중요하듯 건강‧뷰티 관리에 있어서도 기본부터 탄탄하게 다지려는 이른바 코어 소비 트렌드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셀프 뷰티족’ 급증…집에서 네일하고 탈색하고

‘셀프 뷰티족’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헤어숍, 네일숍 등에 가기 부담스러운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또 외출 자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소소한 푼돈이라도 어떻게든 아끼자’고 생각하는 영향도 있다.

올 2월 13일부터 한 달간 롯데쇼핑의 H&B 스토어 브랜드 롭스의 온라인 몰에서는 피부, 헤어, 네일 등 셀프 뷰티 상품 판매가 각각 89%, 298% ,174%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판매가 늘어난 제품은 염모제(147%)와 헤어 트리트먼트제(298%), 네일케어 제품(174%) 등이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도 올 2월 15일부터 한 달간 셀프 헤어스타일링 기기들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헤어스타일러 판매량은 498%나 증가했고 전기헤어캡은 108% 올랐다. 염색·파마약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6% 늘었다. 집에서 탈색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탈색제 판매량도 54%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대면접촉을 피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확산하면서 헤어 스타일링이나 네일 케어처럼 밀접한 접촉이 불가피한 서비스를 집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영의 네일 제품 매출은 2월 한 달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한 자리수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젤 네일의 경우 30% 늘었으며 LED 램프 등 네일 가전도 약 44% 매출 상승폭을 기록했다. LED 램프는 젤 네일에 빛을 쐐 딱딱하게 굳히는 것을 돕는다.

소매 전문점 다이소에서도 네일 용품은 올 1~2월 합산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나 뛰었다. 직전 달인 2019년 12월과 비교해도 1월 한 달 기준 네일 용품은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게 되면서 메이크업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피부 트러블 관리부터 몸 속 건강까지 잘 챙겨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메이크업을 최대한 간소하게 하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노 메이크업’이 당연하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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