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6.06 00:05
미국 델라웨어 주 피커링 비치의 투구게 보호구역에서 아메리카 투구게가 모래를 파고 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화석으로나 봄직한 생물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생물로 바퀴벌레나 물고기 실러캔스와 앵무조개가 있다.

그 중에는 투구처럼 생겨서 투구게로 불리는 독특한 생물도 있다.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4억년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투구게의 독특한 면역체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투구게는 항체가 없다.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피 자체가 응고되어 확산을 막는다.

투구게는 현대 동물에게 존재하는 면역 시스템이 생기기 전에 탄생한 동물이라 면역체계가 매우 단순한데, 그렇기에 세균에 오염될 경우 그 주변 피가 응고되어 버린다.

투구게의 파란 피는 세균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험약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매년 50만 마리의 투구게가 미국에서 사로잡혀서 의학용으로 사용된다. 투구게의 피는 연구실의 무균장비나 수술 도구에 혹시 있을 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 등 여러가지 용도로 쓰인다.

투구게 혈액에서 추출되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병원체 여부를 감지하는 것이다.

어떤 물질을 LAL에 노출시켰을 때 응고가 일어나면 그 물질에는 세균에서 나온 독소가 있다는 뜻이 된다. LAL을 이용한 방식은 매우 정밀해서 수영장에 떨어진 설탕 알갱이 하나에 반응할 정도며, 실험 결과가 나오는 데도 4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도 LAL방식을 통해 독소 실험을 해야 한다.

제약회사들은 그들이 만드는 주사 가능한 어떤 약에도 독소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최종 제품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의 각 단계에서 시험해야 한다.

수년전부터 대체 물질을 만들었다. 세균에 투구게의 유전자를 삽입해서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만든 물질이 바로 rFC다. 그런데 rFC를 사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약전이 rFC의 실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반면 유럽약전은 대체 물질을 이용한 실험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비영리 단체인 리바이벌 앤 리스트의 대표인 라이언 펠란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백신 개발을 위해 야생 동물 추출물에 의존하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반박했다.

투구게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정도(30%)의 피를 뽑아 의학실험에 쓴다. 이 과정에서 10~15%의 투구게가 죽는다.

피를 뽑은 투구게는 풀어준다. 방생된 투구게는 해당 번식기에는 번식을 할 수 없으며 해당 개체 중 30%가 곧 사망한다고 한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아메리카 투구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메릴랜드의 론자바이오테크 실험실에서 투구게의 혈액을 뽑고 있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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