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6.06 06:30

이종훈 "법안의 양보다 질로 따져야…의원들이 노력한 법안들 통과돼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1대 국회 임기가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의원들은 본격적인 입법 경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성과를 좌우할 주요 국정과제 법안을 제출했다. 미래통합당은 당론으로 정한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을 1호 법안으로 마련해 순차적으로 내놓았다. 

의원들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발의하는 '1호 법안'을 앞 다퉈 제출했다. 5일 오후 4시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1건의 법안이 접수됐다. 이들 법안 대다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경제·산업·보건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민주당, 제1호 당론 법안 '일하는 국회법'…전체 1호 법안, 박광온 의원 '사회적 가치법'

먼저 '2100001'로 시작하는 21대 국회 1호 법안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지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오전 9시 국회 본청 의안과에 '사회적 가치법'(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을 제일 먼저 제출했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도록 하고, 중앙정부와 시·도가 각각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다. 이번 국회 발의에는 이낙연·윤건영 의원 등이 동참했다.

2호 법안 역시 민주당에서 나왔다. 의사 출신 비례대표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 소속 차관급 기관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적 중앙행정기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제 1호 당론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한 상태다. 

이정문·문진석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으로, 국회의원의 회의 불출석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김병욱 의원도 지난 4일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는 법안 발의 후 숙려기간이 지나면 위원회에 자동 상정하고, 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까지 법안 처리 속도를 늦추게 한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게 큰 틀"이라며 "국회 고유 기능인 이해관계 및 갈등 조정, 숙의 총량을 유지하면서도 (법안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의원 전원 서명

통합당은 3호 법안부터 11호까지 내리 8개 법안을 제출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중증장애인이 65세 이후에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활동 지원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현행법상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장애인활동지원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장 의원의 법안은 통합당 개별 의원 중 제일 먼저 법안을 제출했다. 국회 전체로는 3호 법안이다.

4호부터 11호까지는 통합당의 21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선정한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이다. 해당 법은 통합당 의원 103명 전원의 서명이 들어가 단결력이 부각되기도 했다.

패키지법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 방역 관련 일시적 사업중단 등으로 손실이 생긴 의료기관과 소상공인·중소기업의 피해 지원 ▲대학교 등록금 환불 ▲무상급식 지원 중단 시 취약계층에게 푸드쿠폰 지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휴원, 학교의 휴교 등으로 아이돌봄이 필요한 근로자를 위한 제도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불가피한 계약파기로 인한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 무효 ▲임차건물에 관한 차임, 보증금에 대한 감액청구권 보장 ▲매출액 감소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과 위축된 기업의 투자심리 개선 등 전방위적인 패키지 지원책도 포함돼 있다.

통합당은 이를 위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8개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당선자 총회에서 "법안 하나를 1호 법안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의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단의 법안들을 모아 1호 법안으로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시작 일주일 발의 건수 역대 최다…보여주기식 입법 경쟁에만 몰두

국회 의안 접수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역대 최고 많은 171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타당성과 재원 조달 방법을 검토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입법 경쟁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발의가 시작된 이후 나흘 동안 총 85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국회의 절반 수준이다. 15대 국회는 접수 시작 후 1주일간 0건, 16대 6건, 17대 23건, 18대 11건, 19대 56건의 법안이 접수됐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입법 경쟁에 들어가 시작부터 많은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 법안임에도 기본적인 비용추계조차 없이 제출됐다는 것이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인 교통비 국고 지원안은 예산 지원이 수반되지만 따로 비용 계산은 돼 있지 않았다. 이명수 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도 임대료를 인하한 상가건물에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5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발의된 법안 171건 중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법안은 7개뿐이다.

또한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 역시 미지수다.

역대 1호 법안의 통과를 보면 성적이 그리 좋진 않은 편이다. 20대 국회에선 박정 민주당 의원이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등록했지만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 1호 법안은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정록 의원의 대표로 낸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이었다. 이 법안은 대안이 반영돼 2년 뒤 폐기됐다. 18대 국회 역시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접수했지만, 대안 반영 폐기 처리됐다.

전문가는 입법 속도전에 대해 법안을 많이 만드는것보다 질적으로 훌륭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의원에 대한 의정활동평가가 법안의 수로 평가하는 정량평가가 반영되다 보니 개개인의 의원들이 법안 만들기에 경쟁이 붙는다"면서 "여야 모두 지난 총선에서 발의 건수를 공천 심사의 중요 평가 요소로 활용했다. 실제 공천 심사가 다가오자 법안 발의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법안을 많이 발의하는 것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법안이 제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개별발의보단 물량위주 발의로 가는것도 문제"라면서 "정부에서 발의하는 것을 당에서 받아들여 대신 발의해주는 것이 많다. 개개인의 의원들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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