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6.08 10:50

안톤 가트너 IBS 부연구단장 연구팀

아플라톡신에 노출되는 경우 C>T 염기치환(시토신(C)에서 티민(T)으로의 염기 서열 변화)가 일어나는 반면, 감마선에 노출되면 T>A, T>C 변화 등 다양한 종류의 돌연변이가 생겨날 수 있다.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암의 근본원인이 되는 유전체 돌연변이의 발생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안톤 가트너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부연구단장팀은 던디 대학, 유럽 분자생물 연구소(EMBL),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와의 공동연구로 발암 물질로 인한 DNA 손상과 함께 DNA 복구 메커니즘이 돌연변이 발생 양상을 결정함을 밝혔다. 

암 발생과정 이해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DNA에는 모든 생명활동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저장되어 있어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DNA는 자외선, 화학물질, 방사능 등 여러 외부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손상된다. 

우리 몸은 망가진 DNA를 고치려는 DNA 복구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DNA 복구에 문제가 생기면 돌연변이가 세포에 축적될 수 있고, 이는 암을 유발하는 근본원인이 된다.

돌연변이는 DNA 염기서열의 변화, 일부 서열의 손실 등 다양한 양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돌연변이 시그니처’라고 한다. 

담배의 니코틴, 타르 성분이 DNA를 손상시킨다고 반드시 폐암을 일으키지는 않듯,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DNA 손상물질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작용하여 결정된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DNA 변이를 결정짓는 유전적 요소를 찾고자 전체 게놈 시퀀싱을 이용해 예쁜꼬마선충 2700여 마리의 유전체를 대대적으로 분석했다.

12가지 DNA 독성물질을 150가지 조합으로 제작한 뒤, 이를 다양한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는 여러 꼬마선충에 노출시켰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DNA 손상물질의 종류와 함께 DNA 복구 기능이 돌연변이 시그니처 양상을 결정함을 규명했다. 

예쁜꼬마선충을 아플라톡신에 노출시킨 경우 염기인 시토신(C)이 티민(T)으로 치환되지만, 감마선에 노출되면 티민(T)이 아데닌(A)이나 시토신(C)으로 치환되는 등 다양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같은 손상물질에 노출되더라도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으면, 정상인 경우에 비해 돌연변이 시그니처 발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는 암 발생의 근본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돌연변이 시그니처를 분석하면, 어떤 물질로 인해 암이 유발됐는지, 어떤 DNA 복구 기능이 손상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톤 가트너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암의 근본원인인 돌연변이의 종류를 결정하는 원리를 밝혔다”며 “향후 암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성과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지난달 1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안톤 가트너 부연구단장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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