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6.09 07:26

검찰, 수사심의위 절차 진행 중 강행…11일 부의심의위 열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연대)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삼성그룹의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따라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하게 됐다.

다만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 측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8시간 30분간 진행된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물증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다수 제시했지만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각 결정이 내려진뒤 검찰 측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 변호인단 측은 "법원의 기각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면서 "향후 검찰 수사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검찰은 이 부회장의 방어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심의위 개최를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틀 뒤인 4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 수사심의위는 기소독점권, 영장청구권 등 검찰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18년 문무일 전 총장이 만든 외부 감시제도다. 수사심의위의 강제력은 없지만 그간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결론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린 적은 없다.

수사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 부회장 사건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 측의 요청은 심의를 받아볼 여지조차 없이 기소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이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한 수사심의위 판단을 건너뛴 것은 규정의 헛점을 악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의 자체 개혁은 고사하고 외부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 수사는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판 여론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연다. 부의심의위에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야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지속 여부 등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수사 방향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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