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6.10 10:22

학대 아동 집으로 돌려보내는 '원가정 보호제도' 폐지 요구 빗발쳐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아동 발견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사진=채널A뉴스 캡처)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아동 발견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사진=채널A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피해 여아의 계부가 학대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창녕경찰서는 지난 8일 초등학교 4학년생 딸 A양(9)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계부 B씨(35)와 친모 C씨(27)를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부 B씨는 지난 9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달군 프라이팬에 의붓딸 A양의 손가락을 지진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A양이 집을) 나간다고 하기에 프라이팬이 달궈져 있어서 '나갈 거면 네 손가락을 지져라. 너 지문 있으니까'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A양이 집을 나가더라도 지문 조회 등을 통해 귀가 조치될 수 있으니 지문을 지우고 나가라는 얘기다. 

B씨는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선 아내를 대신해 '교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내 C씨가) 3~4년 (조현병) 약을 먹었다. 아내가 울면서 못하면 제가 아이 체벌을 마저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이를 죽일지도 모를 정도로 (아내가) 흥분해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제 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을 안 썼을 것"이라며 "저도 잘못 배웠고 아내도 못 배웠는데 아이까지 못 배우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고 생각했다. 반성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A양에 대한 학대 사실에 대해 이웃들이나 학교 측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 가족은 지난해까지 경남 거제에 살다 올해 1월 창녕으로 이사 왔고, A양이 약 반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이웃들이 학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A양의 등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교 측에서도 학대 사실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또 A양의 담임교사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던 중 학습 꾸러미 등을 전달하러 A양의 집을 세 차례 방문했으나 A양의 친모가 "집에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아기가 있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방문을 거부해 담임교사도 A양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A양이 양눈을 비롯한 몸 여러 곳에 멍이 든 상태로 어른용 슬리퍼를 신고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A양은 멍뿐만 아니라 머리 부분에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고, 손가락 일부엔 화상 등 상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A양 부모들에 대한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사진=JTBC뉴스 캡처)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사진=JTBC뉴스 캡처)

한편 지난 1일 충남 천안에서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9세 남아가 치료를 받던 중 이틀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한 남아를 가방에 가둔 계모는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해서 훈육을 위해 감금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 아동학대 사건 당시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피해 아동과 부모를) 무조건 분리를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학대 아동에 대해서는 '원가정 보호제도'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 대표가 지적한 '원가정 보호제도'에 따르면 학대 사실이 밝혀져도 피해 아동이 학대 가해자가 있는 원가정에서 보호된다는 모순이 생긴다. 

의붓자녀들을 상대로 한 잔혹한 아동학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원가정 보호제도의 폐지와 관련 법령의 개정, 경찰의 태도 변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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