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6.10 15:56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필요성 인정되지만 경영계 요구도 들어가야"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제공=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제공=경총)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경제단체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정부 입법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동조합의 단결권만이 강화돼 이미 노조 쪽으로 기운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지난 9일 정부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5월 28일 정부는 ILO 핵심협약 제87호, 제98호 비준과 관련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이외의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및 현행 노조전임자 제도의 근로시간면제제도 편입·통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경제 4단체는 "비종사조합원의 노조가입 허용에 따라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이 전반적으로 뒤흔들리게 된다"며 "정당하게 해고된 자, 퇴직자, 실업자, 사회적 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자의 노조가입이 가능하고 이들이 노조 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해당 기업에 무리한 이슈를 가중시킬 토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계는 정부입법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만을 강화시키고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조합원의 노조활동도 확대돼 현재도 기울어져 있는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노조의 물리적 행사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권 미약,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일방적 규제 등에 따라 경쟁국·선진국에 비해 노조측에 실질적 힘이 크게 기울어진 지형"이라며 "노조는 사용자에 대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대립적·투쟁적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4단체는 "이에 반해 사용자 측의 대항권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보장되고 있다"면서 "사용자는 노조법상 대체근로가 전면 금지돼 있어 파업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대체근로를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체근로를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의 유일한 대항수단인 직장폐쇄는 행정당국이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실행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제 4단체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가입 허용 필요성은 인정되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선진형 노사관계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경영계 핵심 요구사항과 함께 종합적·일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심각한 경제위기와 한-EU FTA 패널 활동 중단 상황을 고려할 때 노동계 편향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정부가 강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며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이 바뀔 만큼 중대한 국가적 사안인 만큼 정부는 개정안 추진을 중단하고 경영계의 입장도 최대한 수용하는 등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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