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6.11 17:13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KBS뉴스 캡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첫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한 증거 조사 방식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11일 조 씨 등 일당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한 뒤 이를 인터넷 메신저 어플 '텔레그램'의 익명 대화방인 이른바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모두 25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은 미성년자다. 피해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 변호사만 10명이 출석했으며, 불출석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피해자 변호사는 총 16명에 달한다.

이날 공판에서는 영상 증거 조사를 어떻게 할지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됐다. 조 씨 등이 촬영한 성 착취 영상물을 혐의 판단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선 법정에서 이를 재생하고 청취·시청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변호인 측은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정이 아닌 판사실 등에서 조사하는 방식을 거론했으나 재판부는 난색을 표했다. 조사할 때 구속 피고인과 교도관·검사 등도 있어야 하는데 판사실에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결국 법정에서 조사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며 "당사자 외에는 비공개로 (조사)하는 것이 맞지만 피고인도 퇴정한 상태에서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가능한 한 최소 인원으로 이 법정에서 조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피해자 변호인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해드리기 어려워 고민 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증인 신문 방식과 관련해서도 "화상 증언 방식도 생각해 봤는데 결국 이 방식도 피해자가 화상 증언실에서 증언을 하다 보면 얼굴이 다 보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소사실과 관련해서 조 씨의 변호인은 강제추행·강요·아동청소년보호법상 강간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조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군(16)의 변호인은 대부분의 혐의는 인정했으나 이 군이 불법 영상물을 배포한 것은 조 씨가 먼저 배포한 이후이고 영리 목적도 크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공범 강모 씨(24) 측도 사실관계는 인정했으나 분담한 역할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 1명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증인이 불출석하면서 다음 공판으로 이를 미뤘다.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로 예정됐으며, 이날 다른 피해자 2명의 증인신문도 이뤄질 방침이다. 증인신문은 조주빈 등 피고인들까지 모두 퇴정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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