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6.15 04:00

중소기업 58.8% "최저임금 오르면 감원"…손경식 회장 "획일적 근로시간으로 고용부담 가중"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위기는 기회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한민국 경제에 오래된 격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패러다임이 격변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를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면 기업이 생존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회사 전체가 자칫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현 상황에서 노사(勞使) 구분은 사치다. 기업이 무너지면 노동자의 고용도 사라지게 된다. 기업들이 정부의 단호한 경제 부흥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줄어든 근로시간 등으로 기업의 기초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19 쇼크를 견딜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영계의 중론이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변동 수준 (자료제공=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원했다. (사진제공=경총)

◆최저임금, 최근 3년 동안 연간 10% 인상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 더 나아가 삭감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며 "특히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들은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입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몇 년 새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다음해 7530원이 됐다. 전년 대비 16.4% 증가한 액수로 2000년(16.6%) 이후 인상폭이 가장 컸다. 2019년 최저임금도 10.9% 올랐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다. 2020년에는 전년보다 소폭(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지만,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 인상된다면 역으로 고용이 축소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임금수준에서도 고용 유지가 힘겨운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만 해도 현재 7만곳을 넘겼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해고 대신 휴업·휴직 등 고용유지 조치를 할 경우 정부가 직원 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특히 규모와 자본이 적은 중소기업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치명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가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될 경우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88.1%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올해와 같거나 낮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들은 '21대 국회서 통과됐으면 하는 법안' 1순위로 '탄력근로 단위 기간 연장 관련 법안'을 꼽았다. (사진제공=전경련)

◆매출 1000대 기업들 "21대 국회 탄력근로 단위 기간 연장해달라"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는 재계의 숙원이다.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탄력근로제는 법정노동시간 범위에서 일이 몰릴 때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없으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다. 현재 도입 단계인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이다.

경영계는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일부 산업의 특성과 돌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건설업, 호텔업 등 특정 시기에 근무가 집중되는 업종의 경우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3개월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생산라인 고장, 긴급 A/S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도 문제다. 담당자의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겼을 때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재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코로나19로 허덕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표적 경제 활성화 법안으로 판단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관계자들이 직접 국회를 찾아 입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결국 20대 국회 문턱에 걸렸다. 

최근 출범한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더욱 간절하다. 재계 관계자들의 입에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 52시간제를 보완해 달라"는 호소가 연일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1대 국회서 통과됐으면 하는 법안' 1순위로 꼽은 것도 '탄력근로 단위 기간 연장 관련 법안'이었다.

이와 관련해 손경식 경총 회장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미증유의 실물충격과 고용대란이 우려된다"며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도 기업들의 고용유지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국회를 직접 찾아가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등을 요구하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정의될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개도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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