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6.12 23:45
이재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이재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또 시작이다.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바람은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번에도 ‘정치적’이라는 접두어를 온갖 핑계거리에 붙여가며 몽니로 일관한 미래통합당 때문에 제 때 원구성은 되지 못했고,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협의를 위한 3일간 시간을 준다는 명목 하에 일하는 국회의 모습도 미뤄졌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민생과 경제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도 모자랄 입법기관은 시작과 동시에 멈춰있다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을 신뢰하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나름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양보를 했다고 봐야 한다. 미래통합당에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비롯해 국토교통·정무·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교육·환경노동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여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자리이다. 총 18개 상임위원회에서 7개를 미래통합당에 양보한 것은 의석수로 따져 봐도 적절한 배분이 맞다. 또한 예결위를 비롯해 국토교통위, 정무위가 높은 기능적 역할을 하는 위원회임으로 감안하면 미래통합당이 주장하는 여당에 대한 견제도 힘 있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은 제1야당이라는 민망한 명찰을 들이밀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원구성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제발 돌아보기를 바란다. 작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모두 국민의 결정이었다. 자신들이 받은 투표율이 적지 않음을 내세우며 자위하기도 하지만 결국 국민들이 미래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108석의 그것도 영남이라는 지역에 한정된 정당이 된 현재의 위치에서 깊이 반성하며 지금부터라도 원래 국회의원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정말 올바른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감동하게 되면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를 위한 힘은 국민들이 저절로 실어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들이 왜 177석이라는 엄청난 힘을 위임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동안의 정치적 관례나 활동에 따르건 안 따르건 앞으로 여당의 행보에는 무조건적 부담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잘하든 못하든 더 잘하지 못한 것과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항상 따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모르고 어리석어서 여당에 힘을 몽땅 실어준 것이 아니다. 그만큼 답답한 정치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한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당은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이어도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속된 표현으로 "그러라고 국민이 지금의 의석을 만들어준 것이다"

아직도 헛다리를 긁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이나 이제는 정말 제대로 국민을 좀 보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바보처럼 주저하는 여당과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야당에게 위대하고 무서운 국민들은 더 강하고 큰 회초리를 내릴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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