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6.17 04:00

마이크론,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 3.8%…삼성·SK 각각 0.8%·0.6% 불과

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pixabay)
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pixabay)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 반도체 업계는 활기를 잃지 않았다.

지난 4, 5월 한국 수출이 두 달 연속 20%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한 가운데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7.1% 증가했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등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로 서버·PC 업체 수요가 덩달아 늘어난 영향이 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D램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이나 논리와 같은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업체들이 세계 1위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비메모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라서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 계획을 통해 우리나라를 서서히 압박해오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류가 다양하며, 제품별로 기술집약적인 요소가 강하다. 소량 생산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다방면에 걸쳐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냉철하게 분석하면 글로벌 시장 내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의 점유율 격차는 크게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위협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은 기업이 홀로 저력을 보여줄 순 있을지 몰라도 그 한계가 분명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점유율 높인 중국…글로벌 반도체 M&A 주체로 부상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대적 선두의 미국, 약진하는 중국, 한국의 선방, 일본의 하락세로 정리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연도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45%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국의 경우 2% 미만이던 점유율이 지난해 5%까지 2배 이상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010년 14%에서 2018년 24%로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해 19%로 떨어졌다. 유럽과 대만은 점유율이 9년째 정체를 보인 가운데, 2011년 20%였던 일본의 점유율이 지난해 10%까지 떨어지는 등 감소폭이 컸다.

연도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자료제공=전경련)
연도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단위: %). (자료제공=전경련)

지난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평균 점유율은 미국 49%, 한국 18%, 일본 13%, 유럽 9%, 대만 6%, 중국 4%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는 있지만,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급격하게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부상은 중앙정부 차원 경제개발정책의 막대한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2014년~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모두 중국기업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은 SMIC는 매출 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201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 통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던 중국은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무려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 기업 M&A에 뛰어들었다. 2012년에서 2014년까지 100억 달러(12조원) 내외였던 세계 반도체 M&A 시장 총 거래액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로 2016년 596억 달러(72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기간 내 시장진입과 외부 기술·전략 흡수에 성공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중국기업의 적극적 인수합병에는 2014년 마련된 중국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기여가 컸다고 설명했다.

◆미국, 첨단산업에 120조 지원 법안 마련…정부지원금 비중 초라한 국내 기업들

미국 역시 반도체 업계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왔다.

주요 반도체 기업에 세제 혜택과 R&D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170조원 지원에 대응한 미국의 지원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000억 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Endless Frontier Act'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R&D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한 바 있다.

미중 패권전쟁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pxhere)
미·중 패권전쟁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pxhere)

반면, 한국은 기업들만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정부의 지원이 중국과 미국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각각 0.8%, 0.6%에 불과했다.

두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편이었다.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증권업계는 2분기 실적도 작년보다 향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3분기부터는 반도체 업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서버 업체들의 선매수가 몰린 탓에 3분기에는 재고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와 메모리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부터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언택트 시대가 펼쳐지며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덜한 편"이라면서도 "반도체 신증설투자 활성화를 통한 조기 경제회복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과감한 정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세제 혜택, R&D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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