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6.17 15:10

양지영 "재건축 규제, 공급부족 불안감 더 조성해 새 아파트 가치 더 높이는 부작용 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아파트 분양권 거래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취지와는 달리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축시키는 등 오히려 '반서민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17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6·17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과열지역 내 투기수요 유입 차단 ▲정비사업 규제 정비 ▲법인 활용한 투기수요 근절 ▲12·16 대책 및 공급대책 후속조치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대책에 대해 "사실상 '반서민정책'의 성격도 발견된다"면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확 넓혀버리면 서울·수도권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출규제가 근본적으로 강화되면서 오히려 반서민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시장의 기대감을 꺾이지 않는 이상 투자수요는 또 다른 규제 구멍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투기과열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는 또다른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칫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되는 등 자가 이전의 규제가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체투자처 발굴과 어렵더라도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전입·처분 요건이 강화된 것과 관련, 전세 물량이 감소해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 소장은 "현재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으로 거주할 곳을 매입하는 준실수요자들이 많다"며 "전입의무를 부과하는 게 투자수요를 차단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입 의무로 인해 전세 물량이 감소해 전세시장 불안을 더 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는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거래 신고 시 거래가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항목 별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화된 것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오히려 평범하게 직장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관련 증빙서류를 발급받으러 돌아다니는게 힘든 일"이라며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자금조달계획서 때문에 실거주하려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까지 묶여서 피해를 보게 된다"고 전했다. 또 "계약직 등 일자리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더더욱 평일 낮에 시간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안전진단이 강화되는 등 재건축 정비사업 규제 정비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단기 투기수요에 타격을 주고 호가를 잠시 진정시킬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담보하기에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양 소장은 "재건축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고 재건축부담금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재건축을 규제하는 것은 공급부족에 따른 불안감을 더욱 조성해 새 아파트 가치를 더 높이는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양천 목동 6단지와 마포 성산시영 등 일부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재건축 초기단지들의 속도제어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정비사업의 속도 제한은 단기 투기수요에 타격을 주고 호가를 잠시 진정시킬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담보하기에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규제와 과세가 강화된 것과 관련해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법인사업자는 법인 대표의 소득세와 법인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고, 회계장부 기장의무가 생기며, 양도소득 장기보유공제, 소규모(2000만원 이하) 임대사업에 대한 소득세 분리과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등을 적용 받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부동산 매집과 세금 회피를 위한 법인 설립 움직임이 다소 진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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