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6.17 16:40

탁월한 염증 개선효과 있지만 장기처방하면 부작용 커…앰플당 130원 주사제 공급사 20여곳 달해

(사진=옥스포드대학 홈페이지에서 캡처)
(사진=옥스포드대학 홈페이지에서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하루 아침에 '덱사메타손'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신세가 뒤바뀌었다.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얼마전부터 부작용 문제가 불거지더니 이번 기회에 코로나19 임상시험에서도 퇴출되는 분위기다.

실제 제약사와 병원들이 추진했던 임상시험이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도 하이드로클로로퀸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 중단을 공식화했다. 지난 3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한림제약, 서울아산병원과 에리슨제약 등은 식약처로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코로나19 치료·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자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지난 15일 사용주의를 권고하고, 긴급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반면 덱사메타손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영국 총리까지 나서서 연구결과에 대해 축하를 할 정도로 인기 상승 중이다. 영국 정부는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했다.

국내에선 관련 제약회사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식시장부터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덱사메타손은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될 수 있을까.    

덱사메타손은 우리에게 친숙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이다.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adrenal gland)이라는 기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1900년대 초 류마티스 환자가 황달에 걸렸을 때 관절염 증상이 좋아지는 현상을 기이하게 여긴 의사에 의해 발견됐다. 부신에서 어떤 물질이 나와 증상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가설로 내세워 이를 추적해 증명한 것이다.

이후 제약회사 머크가 스테로이드를 합성해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면서 ‘신이 내린 선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 치료가 불가능했던 모든 중증 염증질환을 드라마틱하게 치료했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을 발견한 미국의 필립 헨치 박사 등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해가 1950년이니 개발 역사가 꽤 깊은 약이다.

덱사메타손이 중증 코로나19환자에게 효과를 보인 것은 탁월한 염증 개선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프스 또는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면 다음날부터 증상이 사라지거나 완화될 정도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 같은 확실한 효과에도 이 약이 대중화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이다. 장기처방 시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어오르는 문페이스, 피부에 생기는 멍, 골다공증과 같은 부작용이 그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장기처방에 의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옥스퍼드 연구팀도 덱사메타손을 소량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값싼 약가도 덱사메타손의 매력을 더한다. 옥스퍼드 연구팀은 8명을 치료하는데 6만원이 들었다고 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보다 훨씬 싸다.

보험약가 기준으로 주사제는 1앰플에 170원, 알약은 13원이다. 공급회사도 주사제의 경우 20여 곳에 이른다. 알약은 낮은 약가 때문에 유한양행만이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대학병원의 한 임상약사는 "낮은 가격과 수많은 공급회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덱사메타손 관련주’라는 이름으로 몇몇 제약사의 주가가 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덱사메타손과 관련, "코로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라기보다 염증반응을 완화시켜주는 목적으로 쓸 수 있다"며 ”보조적인 치료제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덱사메타손이 염증 반응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면역을 같이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 가능성도 있으므로 임상연구의 필요성은 전문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부연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