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6.17 17:57

1994년 3월 박영수 불바다 발언…"서울 멀지 않아, 전쟁 나면 불바다"

(사진=YTN 뉴스 캡처)
조선중앙통신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논평. (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북한이 17일 남북 군사대결 상징적 표현인 '서울 불바다' 발언을 다시 등장시키며 대남 공세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은 주요 고비 때마다 우리측을 자극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논평에서 "입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해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돼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서울 불바다설이란 지난 1994년 3월 남북 간 접촉 당시 북측 대표였던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했던 발언을 가리킨다. 박 부국장은 1994년 3월19일 남북 실무대표 접촉 당시 우리측 대표 송영대 당시 통일원 차관을 만났다.

이 접촉은 1년 전인 1993년 3월12일 북한의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렸다.

남북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간 현안 협의를 위한 특사 교환을 추진했고 이를 위한 실무대표 접촉이 그해 10월 5일부터 시작됐다. 박 부국장과 송 차관의 만남은 8차 접촉이었다.

박 부국장은 이 자리에서 "팀 스피릿 강행하고 패트리어트 배치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겠나"라며 "우리는 대화에는 대화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송 차관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엄중 경고한다"며 "지난번 개소리라고 운운하고, 오늘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한마디로 망발이다. 초보적인 예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부국장은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그쪽이 전쟁을 강요하는 데 대해서는 피할 생각이 없다. 전쟁의 효과에 대해서 송 선생 측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발언했다.

송 차관은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라며 "아니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라고 응수했다.

이에 박 부국장은 "그래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고, 송 차관은 "전쟁 선언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박 부국장은 "그쪽에서 전쟁 선언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송 차관은 "전쟁 선언하는 거냐. 전쟁을 전쟁으로 대응한다"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박 부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발언의 주인공인 박 부국장은 북한 공작원 출신으로 베트남 사이공(현 호치민시) 교도소에 수감된 우리측 이대용(육군 준장 예편) 주베트남 공사를 북한으로 데려가기 위한 공작을 폈던 인물인 것으로 전해져 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재차 언급한 것은 지난 2010년 6월이었다. 당시는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북심리전 방송을 위한 확성기들을 설치한 직후였다. 당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른바 '중대포고'를 통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역적패당의 아성인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서울 불바다를 다시 꺼냈다.

이후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8월 8일 우리 해병대의 서북 도서 사격 훈련에 대해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은 단순한 위협으로만 볼 수는 없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북측에 122㎜ 자주포, 152㎜ 자주포, 170㎜ 자주포,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배치해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국방부·합참 등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유사시 장사정포를 일제히 쏠 경우 패트리어트 등 요격미사일 방어 체계를 동원한다고 해도 모두 막아낼 수는 없다. 북한이 초탄을 쏘자마자 우리 군도 이를 포착한뒤 수배 이상의 대응포격에 나서 원점 궤멸에 나서겠지만 초기 단계에서 피해를 모면하기는 힘들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와 북한판 에이타킴스(ATACMS)로 불리는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미사일 등을 남북 접경지역에 실전 배치하기 위해 시험 발사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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