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6.21 04:00

“비행기 뜨면 여행업도 동반 회복”…가성비 높은 상품 개발·홍보 강화로 국내 여행 활성화
영국·그리스·괌, 한국 출발 여행객 입국 허용…터키·벨기에·아이슬란드도 국제선 운항 재개

인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준비 중이다.(사진=손진석 기자)
인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준비 중이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장대청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 간 이동 금지는 전세계 항공여행과 관광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공여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후방 항공‧여행업 모두가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다.

우리 항공 및 여행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관광객 해외 송출 비중이 높은 아웃바운드 여행업계는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는 각 국가의 봉쇄정책으로 항공노선이 끊어져 개점휴업 상태다.

비행기가 날지 못하자 여행이 중단되고, 면세점 및 호텔 등 관련된 모든 산업도 멈춰 섰다. 1~2인 군소 여행사는 대부분 폐업한 상태다. 중대형 여행사는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고용조정을 하며 버티고 있지만 인공호흡기를 단 시한부 환자와 다름없다.

◆IATA, 2023년 항공업 경기 2019년 수준 회복 전망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조치 등으로 올해 항공여객 수가 5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세계항공업계의 적자는 840억달러(약 100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5월 말 국내 항공여객 수는 200만명 가량이다. 지난 3~4월보다 49% 가까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월 1000만명에 비하면 20% 수준에 불과하다. 여행보다는 비즈니스 이동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인력 구조조정과 유·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대한항공은 객실 승무원의 무급휴직 기간을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연장했다. 대한항공은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전체 인원 70%에 해당하는 직원이 휴직 중에 있다.

그 외에 아시아나항공, 제주, 이스타, 부산항공 등 국내 항공사 9곳은 직원 약 4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무급‧유급 휴직을 확대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 감축을 진행 중이다.

이는 국내 항공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은 직원의 90%, 노르웨이항공 및 에어캐나다는 직원 50%를 해고한다고 밝혔으며, 델타항공은 약 2만여 직원을 무급휴가에 있다고 발표했다.

IATA는 코로나19로 대폭 줄어든 항공수요가 2023년은 돼야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ATA는 2019년 8조 RPK(유상여객킬로미터, 유상탑승객×운송거리) 기준 올해는 50% 수준의 회복할 것이며, 2021년 75%, 2022년 9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IATA는 장거리 여행에 미치는 악영향이 좀 더 오래갈 것으로 예상하며, 항공 수요 회복은 당분간 짧은 일정의 국내선이 이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선도 2022년경에 2019년 수준으로 회복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포공항에서 대기 중인 아시아나항공기 모습(사진=손진석 기자)
김포공항에서 대기 중인 아시아나항공기 모습(사진=손진석 기자)

◆“항공산업, 장기적 안목으로 위기극복 능력 키워야”

정부는 항공업계의 위기국면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된다면 GDP(국내총생산)에서 11조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산업에서는 25만여명이 일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항공기 제조업, 운송업, 서비스업 8만여명, 연관산업 약 7만5000명, 관련 항공산업이 10만여명이다.

이에 정부는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하기 위해 1조2000억원, 아시아나 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저가항공사에도 3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지난달 항공사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예산은 총 3조원에 달한다.

외국 국가들도 항공산업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돈으로 74조원 가량을 지원했고, 프랑스도 450억 유로를 지원하면서 법인세 납부를 유예했다. 독일은 6000억 유로의 대출 보증과 무한대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항공사들의 국내 노선 수익은 전체 수익의 30% 이내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통해 국제선 노선이 회복해야만 정상적인 수익이 발생해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항공산업은 사업 특성상 현금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항공기 사용료와 공항 이용료 등 월 고정비가 수천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달 4000억원 정도의 항공기 리스료를 납부한다. 이 리스료는 매달 수입에서 충당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각국의 국경 통제로 항공기 운항을 할 수 없어 기업이 보유한 현금으로 지불해야한다. 정부의 지원과 보유 현금으로는 상반기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항공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휴직과 구조조정 등 방법과 서울 송현동 부지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비용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 외에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 항공 등 국내 모든 항공사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금 틀어막기 식의 무조건적인 지원은 오히려 산업의 자생력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익현 한국교통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낮지 않은 수준”이라 평가한뒤 “다만 무조건적인 지원은 안 된다. 앞으로 항공사에 장기 금융 지원을 위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제시해 위기극복능력을 부양해야 한다. 항공사도 이에 준하는 준비와 실행계획을 갖추어야 항공운송산업의 진정한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5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브뤼셀 공항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브뤼셀 공항)
지난 6월 15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브뤼셀 공항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브뤼셀 공항)

◆영국·탄자니아 격리조치 없이 한국 출발 여행객 입국 허용괌도 7월 1일부터 같은 조치 시행

여행업계도 지난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의 관광 분야 매출은 사실상 ‘0’인 상태다. 여름휴가 예약 등으로 분주해야 할 시기지만, 직원들은 이번 달부터 3개월간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그 외 여행 관련 업체들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EU(유럽연합)은 지난달에 각 회원국에게 내부 국경 통제와 여행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관광을 재개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조치는 관광업이 GDP(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유럽에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대부분 국경 통제를 풀었다. 이미 이탈리아와 불가리아는 유럽 대부분 국가에 국경을 개방했고, 크로아티아‧포르투갈‧슬로바키아 등도 국경 통제를 완화하고 있다. EU는 7월 1일부터 비유럽인의 유럽 출입을 단계적으로 허용해 여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외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국가에서는 조건부 입국이 가능하다.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유명 아시아 관광지가 있는 국가에서는 아직도 외국 관광객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한국 출발 여행객의 입국 금지 조치 혹은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183개국으로 입국금지 조치 148개국, 격리 조치 11개국, 검역강화 및 권고 사항 등이 24개국이다.

일부 국가는 입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있다. 영국과 탄자니아는 한국 출발 여행객의 격리조치를 해제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유증상자에 한해 일부 기간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괌의 경우도 기존 2주간 격리조치 후 입국 허용에서 다음달 1일부터는 우리나라 입국자에 대해 격리조치를 해제, 여행이 가능해진다.

그리스는 6월 15일 입국 가능 국가 명단에 한국을 포함해 29개 나라를 확정해 발표했다. 현재 수도인 아테네와 북부 테살로니키 공항을 통해 입국이 가능하고 그리스 비자를 받아야만 한다. 또한 입국시 코로나19 검사도 받는다.

그 외에 터키, 벨기에, 아이슬란드도 이달 15일부터 국제선 노선이 운항된다. 동남아시아는 아직 여행에 어려움이 있지만 점차 항공노선이 재개되고 있는 추세다. 

해외여행 문이 열린다고 사람들이 여행을 떠날 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시대 새로 생긴 신조어 중에는 ‘이시국여행’이란 말이 있다. 이시국여행은 이 시국(코로나 시국)에 어디 여행을 가냐는 뜻의 말이다. 이 신조어는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 관한 인식을 대표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해외여행을 다녀와 한국으로 복귀하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이 2주간의 격리기간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기 전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오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여행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방역 문제도 있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현지인의 인식의 문제로 여행지에서 수모를 당할 수도 있어 해외여행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현지인들의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식’의 문제도 있다.

다행히도 멈춰선 해외여행에 비해 최근 국내 여행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4월말~5월초 연휴 기간에 많은 관광객의 이동이 있었고, 정부의 국내 관광 장려 정책도 실시 중이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그동안 유지되던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제주도, 강원도, 전라도 등 국내 주요 여행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행 기업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5월 한국인 자유 여행객의 국내선 항공권 검색량은 전월 대비 5배 증가하기도 했다.

걸림돌은 여행지가 있는 각 지자체의 준비 부족과 해외여행 보다 비싼 여행경비 문제 등과 여행의 질이다.

여행업계는 그동안 해외여행에 집중하면서 국내여행을 등한시 해 왔다. 국내 여행객들도 국내 여행지 보다 근거리의 해외 여행지를 선호했다. 더욱이 국내 여행에 사용되는 비용 정도면 근거리 해외여행이 가능했기에 국내 여행지는 선택의 범주에 빠지기 일쑤였다.

조금이라도 살아난 국내 여행 수요를 유지하려면 대규모 방역을 위한 대응 체계 마련과 관광 콘텐츠 특색화가 관건이다. 국내 관광지는 그동안 수많은 개발과 투자를 통해 충분히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수준에 달해있다. 이를 알리는 지자체와 업계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도 필요해 보인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16일 비대면 시도관광국장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해 각 지역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관광환경을 재정비하고 지역 고유의 품질 높은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른 새벽 항공기 탑승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여행객들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이른 새벽 항공기 탑승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여행객들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여행의 키워드, ‘스마트 관광’과 '개인화'

여행업의 위기는 항공산업의 위축으로부터 시작했다. 해외여행은 비행기 탑승에서 시작된다. 각국의 국경 봉쇄는 해외여행객 ‘제로시대'를 만들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움츠러들였던 여행객들이 쏟아져 나오며 업계가 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의 어려움이 내부적 문제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6일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국내여행 영향조사’ 보고서에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광 욕구는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도 “위기 상황은 잘 대처하면 기회로 돌아오기도 한다”며 “여행 수요는 사라졌다기보다 억눌려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달라질 여행 방식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는 방역과 소독이라는 대명제 아래 여행자의 몰림 현상이 사라지고 단체 관광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도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여행에서 단체관광 예약이 줄어들고 있고, 여행지의 숙박 예약도 가족 및 개별 여행객의 등록이 많아지고 있다.

박리다매 형식으로 낮아진 항공료는 향후 사용자 수 감소에 따라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및 숙박시설도 에어엔비와 같은 공유 숙박의 경쟁력 하락으로 점차 사용자가 감소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이에 키워드는 ‘스마트 관광’과 ‘개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황 모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항공사의 운임 할인 전략이 사라질 것이다. 관광객들의 저가 관광 기피현상도 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저가 여행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향후 여행은 개별여행의 증가와 일정의 편리함과 맞춤형 등 차별화가 트랜드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나투어는 지난 16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공급(MD)본부를 신설하고 상품기획(MD), 온라인판매(MD) 본부를 강화했다. 반면 지역본부에 분산했던 마케팅 기능은 마케팅본부로 통합했다.

기본 골격은 위기 상황에 따른 변화지만 플랫폼 비즈니스, 개인화, 온라인‧모바일 부문 강화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내비쳤다. 하나투어 측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여행객의 소비패턴과 항공 등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글로벌 여행기업으로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영근 한국 스마트관광협회장은 지난 16일 전주에서 열린 스마트관광 토론회에 나서 “비대면‧비접촉 등 코로나19 이후 시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관광을 추진해야 한다”며 “교통, 언어, 예약, 결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스마트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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