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3.30 15:28
중국의 검은 제복 슈퍼맨, 도시 환경과 위생 등을 관리하는 이른바 '청관'의 길거리 작업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비판을 받지만 거대한 중국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사진=중국 칭다오시 도시관리집행국>

2016년 2월 8일 홍콩 최고의 번화가인 몽콕(旺角)에서는 설날의 들뜬 분위기를 즐기려 집에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로 크게 붐볐다. 중국인들은 설 첫날이 오면 비좁은 집안에 있지 않고 길거리로 나와 다닌다. 풍성한 볼거리가 발길을 잡아끄는 것이다.

길거리 포장마차 등 간이음식점에서 여러 가지 군것질에도 몰두한다. 어묵을 비롯해 간단한 국수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즐비하다. 올해 설 첫 하루 홍콩의 식품위생 관리국 직원들이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에 나섰다.

평범하게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의 즐거움은 그로써 위기에 빠졌다. 이들이 길거리 포장마차와 간이음식점 등을 단속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원래 설 무렵에는 시민들의 즐거움을 앗아가지 않기 위해 길거리 불법 영업쯤은 눈감아 줬었다. 그러나 이 번에는 달랐다.

당연히 포장마차와 간이음식점 주인 등이 반발했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았다. 업주를 단속하던 홍콩 식품위생관리국 직원과 홍콩 경찰들의 행위가 도를 지나쳤다고 본 사람들이 있었다. 시민들이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저항과 반발에 끼어들었다. 결국 단속반과 업주 및 시민들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경찰은 결국 다음날 새벽 공포탄을 발사하는 등 군중 해산 조치를 취했으며 일부 시민들과 포장마차 주인들은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는 상황으로 변했다. 다음날 아침 홍콩 정부에서는 이를 ‘몽콕 폭력사태’, 시민들과 포장마차 주인들은 ‘어묵혁명(鱼蛋革命)’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길거리 불법 상점 단속 및 개발지역 철거 등을 전담하는 기구가 있다. 도시 관리 행정 집행국(城市管理行政执法局)이다. 이를 줄여서 하는 말이 城管(성관 청관)이다. 직접 기구를 지칭하거나, 그 밑에서 단속을 집행하는 관원들을 일컫기도 한다.

이들이 ‘중국의 검은 슈퍼맨’이다. 단속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무소불위(無所不爲)요, 불가능이 없어 보이는 막강한 슈퍼맨이다. 단지, 길거리 잡상인들에게 이들의 색깔은 아주 진한 검은색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공포요, 두려움이며,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라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거의 매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단속 공무원들과 상인들의 충돌 소식이 올라온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youku에서도 이들 공무원이 일반 거리의 시민들을 때리는 장면과 폭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클릭 수 또한 늘 높다.

2009년 5월 21일 미국 시사 잡지 Time은 ‘Above the Law? China's Bully Law Enforcement Officers’라는 기사에서 “청관(Chengguan)은 ‘폭력’의 동의어”라고 적었다. 베이징 특파원 Austin Ramzy 기자의 보도였다.

그렇다. 중국의 청관이 시민들을 난폭하게 단속하는 행위는 아주 유명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3년 9월 4일 오후 5시 산동(山東) 청도(青島)시 라오산(嶗山)구에서는 군부 건물을 철거하는 도중 인민해방군(人民解放軍)과 청관이 충돌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은 지역 청관들에게 맥도 못 추고 내쫓겼다. 그 장면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이 더 가관이다. Hao Chen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는 “城管的崢嶸歲月,光輝歷史啊(청관의 위대한 시절이여, 빛나는 역사여)”라는 반응을 남겼으며, Pengliang Zhu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은 “畢竟城管是釣魚島希望. 城管早點出現多好, 也沒有那麼多抗戰歷史(결국 우리 청관은 조어도를 지킬 수 있는 희망이야. 청관이 일찍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일 항전투쟁의 역사도 별로 없었을 것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청관을 중국이 대외비로 몰래 키우는 ‘비밀 특수부대’라고도 일컫는다. 전 세계 10대 특수부대를 소개하는 인터넷 웹에서는 미국의 Delta Force를 1위, 러시아의 Alpha 별동대를 2위, 영국의 특수부대 SAS를 3위로 나열하면서 11위에 중국 청관을 꼽았다. 사람을 파이프로 내리치는 장면과 함께 말이다.

분단의 상황인 대만을 수복하는 데에도 “청관 3000명이면 금방 해결할 수 있다”는 조크도 던진다. 탱크를 타지 않고 조그맣고 오래 된 ‘빵차(面包車)’를 타고 다니며, 무기도 별 볼 일 없지만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여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과시한다고 야유한다.

급기야 “見神殺神, 見佛殺佛, 拳打歐洲諸侯, 腳踢北美花旗. 上能打飛機, 下能炒坦克, 下海滅航母, 飛天打衛星. 中國城管是中國秘密發展的軍事化組織, 平時管理城市, 鍛煉遊擊戰術, 戰時回歸特種部隊(신을 보면 신을 죽이고, 부처를 보면 부처를 처치하고, 주먹으로 유럽제국들을 때리며 발로 미국 양키의 깃발을 차버린다, 위로는 비행기를 없애고 아래로는 탱크를 뒤집으며, 바다로 뛰어들어 항공모함을 부수고 하늘에 올라 위성을 파괴한다. 중국 청관은 중국이 비밀리에 발전시킨 군사화 조직으로, 평소에는 도시를 관리하면서 유격전술을 익히다가, 전시에는 특수부대로 복귀한다)”는 표현마저 서슴지 않는다.

물론 이는 중국인들이 전 세계 특수부대를 소개하면서 청관의 폭력행위를 조롱하기 위해 집어넣은 빗대어 집어넣은 조크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 안에서 우리는 중국과 중국인들을 볼 수 있다. 불균형으로 발전하는 사회와 그늘, 억압적인 정부를 향한 목소리다.

그러나 청관의 또 다른 면을 보자. 어느 신입 청관의 이야기다. 제목은 ‘一個新兵眼裏的城管和城管人(어느 한 신참의 눈에 비친 청관과 청관인)’이다. 청관이라는 직업과 그에 몸을 담은 사람으로서의 감성과 생각을 담은 글이다. 원문을 옮기자면 대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어느새 시골에서 청관으로 옮겨온 지 반년이다. 비록 신문과 TV에서, 그리고 생활에서 듣는 청관 뉴스, 다시 그로부터 얻는 인상은 늘 비판 일색이다.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중략). 몇 개 월 전 내가 청관의 대문을 들어서며 나는 그 일원이라는 신분을 얻었고, 시간이 갈수록 현실 생활을 겪다보니 청관이 사회에서 늘 듣는 것처럼 나쁘지만은 않았다. 진실하고 밝으며, 높게 보이기 시작하는 청관과 청관인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많이 윤택해졌다. 우리 청관인의 업무는 3가지 특징이 있다. 많고(多), 크며(大), 넓다(廣)는 점이다. 우선 많다(多)함은 청관인은 법집행기관 공무원으로서 숙지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40여 가지 주요 법규에, 도시 환경 위생 관리 외에 시공 현장 관리, 공공 사업 관리, 원림 녹화 관리 등 11가지 분야를 두루 익혀야 한다. 둘째, 크다(大)함은 40여 가지 큰 법규에 300여 가지의 처벌 권한을 말한다. 몇 십 원에서 몇 만 원, 심지어는 몇 십 만 원까지의 벌금 조항을 법 집행기관으로서 공정하게 합법적으로 다뤄야 한다. 다음 셋째, 넓다(廣)함은 이러한 법 집행을 두고 여론의 영향이 무척 넓게 퍼진다는 말이다.

그의 말 그대로다. 실제 중국의 청관은 한반도 43배에 달하는 9,640,821㎢의 거대한 중국 전역 모든 도시에 분포하고 있다. 동서로 5000㎞, 남북 4300㎞의 23개 성정부와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2개 특별 행정구의 수많은 도시가 다 그들의 무대다.

13억 5000만이라는 인구가 사는 이 넓디넓은 땅 덩어리에 있는 모든 도시에서는 매일 수많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청관들은 질시를 받고 땀을 흘리며, 불법단속을 위해 매일 뛰어 다니고 있다. 새벽 4~5시에 기상해 저녁 10시 늦은 시간까지 길거리의 보안관처럼 단속을 하고 정리 정돈을 한 뒤 늦은 시간에 퇴근한다.

고압적이고 무자비한 청관의 폭행사건은 확실히 문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청관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중국이 지닌 전체 시스템에 눈길을 둬야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진 중국의 순수한 청관들은 매일 매일 현실 생활 속에서 酸甜苦辣(시고, 달고, 쓰고, 매움)을 겪는다.

그들이 겪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극복에 힘써야 할 현실 속의 ‘삼라만상’은 곧이어 다가올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의 주요한 동력이 될 것이고, 또한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사회로 향하는 중요한 디딤돌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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