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6.23 09:55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로 만든다' 수정없이 출간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그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사진=CBS News 유튜브)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사전 검토하고 400여곳을 수정·삭제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 장에서만 110여개 수정·삭제 요청이 있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 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백악관은 한반도 사안과 관련해서도 110개가 넘는 수정·삭제 의견을 냈다.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듯 일부 문장을 삭제하라고 주문하거나, 단정적으로 쓴 대목에는 '내 의견으로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예를 들어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 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적은 문장에서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쓴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볼턴이 백악관 요구를 모두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볼턴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로 만든다'고 썼는데, 백악관이 '문 대통령'을 '한국인들'로 수정하라고 요구했지만 볼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회고록 출간 하루 전인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볼턴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며 “그는 또라이(wacko)로 여겨졌고 호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대단히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 판사의 의견을 보라. 기밀 정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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