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6.23 10:24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우리가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느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장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The Guardian 유튜브)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틈만 나면 주한미군 주둔에 불평했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입에 달고 산 것으로 드러났다. 

존 볼턴 전 보좌관의 '그것이 일어난 방'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미군 주둔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한반도와 무관한 현안을 다룰 때도 종종 주한미군을 들먹였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직후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그런데 왜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시리아 미군기지 문제를 논의하던 자리에서도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우리가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2018년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 방문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직후엔 트럼프의 '짜증'은 절정에 달했다.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워게임'에 단 10센트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요구는 더욱 구체화했다. 지난해 7월 볼턴 전 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일본)와 50억 달러(한국)를 각각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보고에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존(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다음달 열린 아프간 문제 등에 관한 회의 석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연합훈련을 가리켜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신병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는다. 거기에서 나오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훈련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1945년 한반도의 '일시적' 분단, 김일성의 부상, 한국전쟁, 그리고 한반도 냉전의 의미에 관한 역사를 여러차례 토론했다. 그러나 내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명백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공짜로 얻어먹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여러 동맹을 비판했다"고 썼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