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6.23 18:30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전쟁터 나간 건 똑같은데 사는 데가 다르다고 어디는 덜 주고 어디는 더 주고..."

지역마다 제각각 다른 6.25전쟁 참전 유공자 수당 지급액을 두고 6.25참전유공자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6·25 참전용사들에게 지급하는 '참전 명예수당'(참전수당)이 지역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아예 지급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6·25 전쟁에 참여한 생존 유공자는 8만2001명이다. 이 중 70대는 40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80대 이상이다. 85∼89세가 5만774명으로 가장 많고 100세 이상도 118명에 달한다.

등록된 참전유공자 중 65세 이상은 매달 보훈처에서 지급하는 참전수당 32만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수당을 받는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수당이 0원부터 월 3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제주도는 80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매월 20만원, 65~79세 유공자에게는 월 9만원을 준다. 80세 이상 수당으로는 전국 광역단체 중 최고 수준이다.

경남은 80세 이상에 매월 12만원, 서울과 부산은 10만원, 대구·인천은 8만원을 지급한다. 광주광역시는 80~89세 대상 월 8만원, 90세 이상에게는 월 10만원을 준다. 대전과 경북은 매달 5만원, 강원은 3만원, 충북은 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는 연 1회 24만원을 준다.

하지만 충남과 전남은 도 차원의 수당이 한푼도 없다.

심지어 같은 광역단위 내에서도 참전수당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시는 월 30만원을 시비로 지급하고 보훈의 달에는 1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전남 함평군은 월 5만원으로 계룡시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유공자 본인이 사망하면 유족에게 지급하는 사망위로금도 10~50만원으로 각기 달랐고, 보훈의 달, 설날·추석 명절이나 유공자 생일에 지급하는 위문금 등도 아예 없는 곳부터 10만원이 넘는 곳까지 있는 등 지자체마다 제각각이었다.

국가를 위해 전쟁을 치르고 희생한 것은 똑같은데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처럼 수당의 차이가 나는 것을 어찌 봐야 할까. 심지어 지급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고 하니 형평성 결여에 분통을 터뜨리는 참전용사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지자체마다 재정 형편이 다른 만큼 참전수당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렇다해도 대부분 80대 고령인 참전 유공자들에겐 "사는 지역에 따라 차별받는 느낌"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자체가 책정한 참전용사 수당이 일반 병사들 월급보다 적고 1인가구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이다.

박덕용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지회장은 "지금 생존자 중에는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치료비를 국가에서 너무 적게 지원해 주다 보니 자비로 더 내야 한다"면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건 참전용사의 수당이 일반 병사의 월급보다 못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올해 기준으로 이등병 월급은 40만8100원, 일등병은 44만1700원, 상등병은 48만8200원, 병장은 54만900원 수준이다. 반면 참전유공자 수당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시의 30만원 지급이 최고 액수다.

참전유공자 보훈단체는 지자체별 재정 여건이 다르다는 문제는 이해하지만 참전유공자들의 연령을 감안해서라도 수당 균등화·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25참전유공자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자체별 수당이 통일되기 어렵다는 건 안다"면서도 "전보다 수당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이틀 뒤에 열리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한다. 참전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의미로 은화 모양의 감사 메달을 참전유공자 8만 4000여 명에게 수여하고, 전사자 17만 5801명(국군 13만7899명, 유엔군 3만7902명)을 기억하기 위한 '호국 영웅 다시 부르기' 온라인 롤콜(roll-call)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렇게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참전 용사들을 위해 실질적이고 형평성 있는 배려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공자의 수는 모두 30만 명으로 적게는 70대에서 많게는 90대까지 생존해있다. 해마다 1000명 가까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제대로 예우할 수 있는 시간 조차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로운 삶을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도 생활조정 수당과 참전명예 수당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로운 삶을 지원하고, 의료지원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처럼 군번 없이 목숨 걸고 싸운 참전용사들의 명예 수당을 올려주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이에앞서 당면한 지자체별 수당 격차부터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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