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6.27 07:05

L모드, 페달 하나로 가속·충전·정차까지 가능…조향 안정성‧즉각적인 반응 '손맛' 살려

2020년형 볼트EV 후측면(사진=손진석 기자)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 후측면(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쉐보레가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2020년형 볼트EV’는 남은 주행 가능 거리 때문에 충전을 걱정했던 전기차의 모습을 잊어버리게 했다. 신기술 채택과 상품성 개선, 배터리 용량 증대 덕분이다.

쉐보레 볼트EV는 2017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당시 완충 후 주행거리는 383㎞로 최장 주행거리를 자랑했다. 이후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406㎞에 최장 주행거리 타이틀을 내줬었다. 지난 9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2020년형 볼트EV가 다시 한 번 소형 전기차 업계 최장 414㎞가 넘는 주행거리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 중 볼트EV처럼 400㎞가 넘는 주행거리를 가진 모델은 몇개 안된다. 고급전기차인 테슬라 모델S는 479.9㎞를 자랑한다. 모델3는 414.8㎞ 달릴 수 있다. 현대차 코나는 406㎞ 수준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1회 충전 후 최대 주행거리는 경제성과 더불어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전기차에서 긴 주행거리는 그동안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항상 충전을 걱정해야했던 불안한 마음을 버리고 여유로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같은 카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볼트EV를 타고 지난 18일 서울 잠실 제2롯데타워에서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까지 왕복 약 400㎞ 거리를 시승했다. 일반 국도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경유해 동홍천에서 내려 한계령을 넘는 코스를 누볐다.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차량의 퍼포먼스와 전기차로서의 성능을 확인하고 체험했다.

2020년형 볼트EV 실내 (사진=손진석 기자)
2020년형 볼트EV 실내 (사진=손진석 기자)

◆넉넉한 실내 공간…10.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 눈에 띄어

볼트EV의 외형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신규 칼라의 추가와 전면의 듀얼포트 그릴에 입체적인 음각 문양 정도가 전부다. 외장 컬러는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돼 인기를 끌었던 이비자 블루와 미드나이트 블랙 컬러가 추가돼 6가지의 색상이 선택 가능하다.

볼트EV는 기본적으로 크로스오버 형태의 헤치백 스타일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소형차임에도 전장 4165㎜의 길이에 2600㎜ 긴 휠베이스와 높은 전고 1610㎜는 보기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2열도 소형차로서는 넉넉한 무릎공간과 헤드룸을 가지고 있다.

안드로이트 오토를 연동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동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10.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이다.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배터리의 사용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내비게이션은 지원하지 않는다.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해 내비게이션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케이블 연결 즉시 인식된다. 내비게이션의 작동은 두가지 시스템이 모두 잘 작동됐지만 안드로이드 오토가 조금 더 부드럽게 잘 작동됐다.

음향시스템도 소형차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적용된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다양한 음악의 장르에 대해서 풍성한 소리를 냈다. 특히 6개의 스피커 중 차량의 앞쪽에 4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1열에서 좀 더 풍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2020년형 볼트EV에는 기존 아날로그 카메라보다 화질이 개선된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적용됐다. 4대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외부를 버드뷰로 보여주어 주차 혹은 후진 등 상황에서 차량 주변 360도 모든 각도에서 확인 가능해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출발 전 차량의  충전 상태(사진=손진석 기자)
계기판에 출력하고 있는 출발 전 차량의 충전 상태(사진=손진석 기자)

◆리젠모드, 주행 중 전기 충전 효율 높아…주행거리 불안 ‘끝’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화면이 출력되는 것으로 시동이 걸린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진동과 소음이 없다. 물론 주행 중에도 진동 소음으로 인한 피곤함이 덜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소리없이 미끄러지며 움직인다. 이것이 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다.

볼트EV는 D모드, L모드 그리고 스포츠모드까지 3가지 드라이브 모드가 있다. 열관리와 에너지 효율 등의 관리를 위해 최고 속도는 154㎞/h로 제한되고 있다.

스포츠 모드는 변속기어가 아닌 센터페시아에서 스위치로 작동한다. 스포츠 모드는 최대 출력까지 빠르게 토크가 발휘된다. 차량의 최고 속도까지 거침없이 가속할 수 있다. 다만 전기의 사용량이 생각보다 많다. 내연기관과 달리 초반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는 전기차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다.

D모드는 일반 주행모드로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회생 에너지 시스템, 이하 리젠 모드)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 

D모드는 일반적인 주행모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볼트EV의 장점인 리젠모드를 스티어링 휠의 왼쪽 아래에 있는 버튼으로 매번 직접 눌러서 소모된 전기를 보충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처음 전기차를 접할 때 이용하면 좋다.

볼트EV의 고속도구간 주행 모습(사진=손진석 기자)
볼트EV가 서울양양간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L모드는 가속페달의 밟는 높이를 통해 자동으로 리젠 모드가 작동된다. 더불어 주행 중 차량의 브레이크 기능도 겸하고 있다. 즉 페달 하나로 가속, 충전, 정차까지 가능하다. 

L모드는 원 페달링 시스템과 리젠모드가 적용되어 있다. 특히, D모드에서처럼 매번 버튼을 누르지 않고 평소 운전습관처럼 가속페달을 사용하면서 운전하면 리젠모드가 작동된다. 소모된 전력을 충전해 주행거리를 늘려주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에서는 추천하는 모드다.

시승 출발 전 차량의 주행가능 거리는 437㎞였다. 시승에서 차량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출발지에서부터 양양 낙산해변까지 에어컨을 최대한 틀어 놓고, 퍼포먼스 드라이빙으로 이동해 전기 소모량을 최대한 늘렸다. 도착 후 계기판에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163㎞로 서울로 복귀하는 거리 201㎞ 보다 40㎞ 정도 짧게 나타나 과연 출발 장소로 복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결과적으로 L모드로만 주행한 결과 복귀 후 38㎞ 정도 더 주행할 수 있는 전기가 남아 있었다. 볼트EV의 회생제동 에너지 충전 효율이 좋은 것도 있지만 원 페달링 시스템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리젠모드가 작동되어 효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볼트EV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원 페달링 시스템은 브레이크 페달 조작없이 가속페달만으로 가속과 정차까지 조작할 수 있다. 처음 사용시 조금 어색하지만 숙달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어 피로감이 많이 줄어든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코너구간과 카메라 지점에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의 각도를 적당히 조절하면 충전과 속도를 감속할 수 있었다. 한계령 구간에서는 코너가 많은 구간에서 가속과 감속을 가속페달만으로 할 수 있어 편리했다.

다만 급작스런 브레이킹이 필요하면 스티어링 휠의 리젠 버튼을 사용하면 되고, 최종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해 정차할 수 있어 약간의 숙달을 거치면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 국도구간 주행 모습(사진=손진석 기자)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로 낙산사를 방문 후 내려오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탄탄한 기본기에 스포츠 쿠페 뒤지지 않는 동력 성능 보유

파워트레인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150㎾급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6.7㎏‧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또한 직선도로에서 정지 후 100㎞까지 도달하는데 7초 근처에서 도달해 전기차의 즉각적인 토크 발휘 능력도 확인했다.

주행하면서 만족스러웠던 점은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해 스티어링의 조향 안정성 및 즉각적인 반응이다. 또한 폭발적인 순간 토크는 확실히 전기차의 특징이다.

한계령 구간을 넘을 때 차량의 토크와 조향 능력을 맛볼 수 있었다. 코너 구간 구간마다 재빠르게 치고 나가면서도 차량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고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아쉬운 점은 타이어가 에너지 절약용 OE 타이어여서 노면의 접지력 부족과 한계 성능이 낮아 퍼포먼스 주행을 원한다면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승차감은 일반적인 소형차 보다는 고급스럽다. 부드러우면서 적절한 무게감이 좋다. 요철구간, 상태가 나쁜 노면으로부터의 진동이 알맞게 걸러졌다.

소음 부분에서도 만족스러운 정도다. 다만 고속주행에서 노면 소음과 창문을 통해 들리는 바람소리가 다소 들렸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고급 럭셔리 세단도 아니지 않나.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기존 모델에 적용된 첨단 안전 시스템은 그대로 적용됐다. 다만 스마트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볼트EV 전용으로 개발된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를 기본 탑재했다. 지름 6㎜ 이내의 이물질로 인한 펑크는 즉각적으로 메워진다. 타이어 손상 시 타이어 내부에 도포된 실링제가 자동으로 손상 부위를 메워 주행 중 타이어 파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 전측면 (사진=손진석 기자)
2020년형 쉐보레 볼트EV 전측면 (사진=손진석 기자)

2020년형 볼트EV는 기존 60㎾h에서 용량이 늘어난 LG화학의 66㎾h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DC콤보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을 모두 지원하며, 급속충전 시에는 1시간 만에 전체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어 충전으로 인한 불편함도 많이 개선됐다.

볼트EV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다. 특히 400㎞ 대의 긴 주행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견줄만하다. 또 가격도 4645~5201만원의 코나EV 혹은 4740~5304만원의 니로와 비교해도 4590~4814만원 수준으로 책정된 가격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짧은 주행가능 거리와 방전 우려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늘 망설여 왔다. 하지만 1회 충전으로 414㎞ 주행이 가능한 2020년형 볼트EV는 소비자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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