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6.27 12:05

15년 이상 운영될 정도로 이용자 지지 받아…넷마블 '마구마구 모바일', 넥슨 '바람의나라: 연' 하반기 출격 대기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MMORPG '리니지'(오른쪽)와 이를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게임은 유행이 빠르게 변한다. 

쏟아지는 신기술에 낡은 게임은 금세 잊히기 마련이다. 비교적 젊은 층이 즐기는 콘텐츠인만큼 새로운 시스템, 사회 환경에 뒤처지면 순식간에 저 멀리 밀려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올드 게임' 바람이 분다.

리니지2M, 리니지M, 뮤 아크엔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선두 주자들이다. 

26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 게임 분야 최고 매출 상위 5위 안에 든 게임들이다. 이 게임들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2003년 출시), '리니지'(1998년 출시), 웹젠의 '뮤'(2001년 출시), 넥슨의 '카트라이더'(2004년 출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넷마블이 내놓은 '스톤에이지 월드'도 7위다. 온라인게임 '스톤에이지' 역시 오래된 장수 게임이다.

나온 지 15년도 훌쩍 넘긴 이 올드 게임들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 모습으로 등장하는 족족 흥행을 이어가며 "잘 만든 게임은 오래 간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옛 게임 잘 나가는 이유, '경험'과 '진화'

게임이 '낡았다'라는 표현은 달리 말해 그만큼 오래도록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회사가 인력과 비용을 꾸준히 투자할 만큼 이용자의 관심이 모여야만 해당 게임은 유지된다. 실제 대형 게임사에서 큰 관심과 함께 출시됐지만 빨리 운영을 끝마친 게임들도 있다. 출시 86일 만에 철수한 '서든어택2',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야생의 땅: 듀랑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장기간 흥행한 게임들은 게임 운영 노하우, 이용자 니즈에 최적화된 시스템 등을 꾸준히 적립해나간다. 이렇게 쌓은 경험은 그대로 모바일 게임으로도 옮겨간다. 원작의 흥행을 뒷받침했던 콘텐츠와 게임성은 달라진 모바일 환경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떨칠 확률이 높다. 

기술의 진화도 이를 돕는다. 스마트폰 자체 스펙, 모바일 그래픽 기술 등이 진화하며 PC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MMORPG 등을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도 올드 게임의 귀환을 가속했다. 플랫폼 간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하는 크로스플레이의 진화도 힘을 더했다.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 역시 흥행의 핵심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픽 기술의 진보, 통신 네트워크의 개선, 방대해진 스토리지로 MMORPG 장르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똑같이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기존 IP를 활용해 새로운 플랫폼에 진입할 경우 기존 고객에 대한 마케팅 효과도 있고 그간 쌓인 제작 및 경험 노하우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장점이 많다"고 전했다.

올드 게임 IP '카트라이더'를 기반으로 만든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이미지제공=넥슨)

모바일 플랫폼에 발맞춘 진화도 흥행 몰이를 뒷받침한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국내 이용자의 46.5%는 10대다. 16년 전 나온 게임이 비슷한 나이대 이용자들에게 먹히는 것이다. 

게임은 빠른 게임 진행,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앞세워 젊은 세대에게 각광을 받았다. 수익 구조의 변화도 힘이다. 게임의 승패는 이용자가 쏟은 돈이 아닌 실력, 즉 시간에 따라 좌우된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실력 기반 승부를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트랙을 숙지하고 드리프트 테크닉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결정적이기에 정직한 승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낮은 과금 유도 체계는 똑같은 올드 IP 게임, 스톤에이지 월드와 뮤 아크엔젤에도 적용된다. 플랫폼과 새로운 세대에 맞춰 시도한 변화가 올드 이용자는 물론 신규 이용자들의 관심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몇 발 남았다"…올드 IP 기반 게임 다수가 출격 대기

연이은 흥행에 올드 게임 IP 부활은 올해 국내 게임사의 주요 전략으로 떠올랐다.

하반기에도 올드 게임 IP의 모바일 전환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오래도록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들이 연달아 귀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 타자는 넷마블의 '마구마구2020 모바일'과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이다.

마구마구2020 모바일은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2006년 출시)' IP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마구마구의 핵심 개발진들이 다시 모였다. 원작의 SD 캐릭터, 수 싸움, 다이나믹한 수비 시스템 등을 그대로 옮겨왔다.

색다른 콘텐츠는 라이브 카드다. 이 카드는 KBO 리그 선수들의 성적을 반영해 2주마다 능력치가 달라진다. 실제 선수들의 성적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재미를 줄 예정이다.

이찬호 넷마블앤파크 개발PD는 "야구게임의 본질인 자신이 원하는 덱을 짜는 즐거움, 성장시키는 재미,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고 기록을 보는 재미에 집중했다"며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손맛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게 구성했다"고 전했다. 게임은 7월 8일 출시를 확정했다.

오는 7월 7일 출시를 앞둔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그라비티의 핵심 IP '라그나로크 온라인(2002년 출시)'의 정통성을 계승했다. 세계관은 물론 퀘스트, 스킬, 스탯, 업적 시스템 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라비티의 전략은 여성 이용자 공략이다. 여성에게 인기가 많았던 라그나로크의 강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맞춰 잡지, 댄스 페스티벌 등 특화 콘텐츠, 그래픽, 커뮤니티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 변화도 잊지 않았다. 대규모 팀 데스 매치, 길드 매칭전 등을 추가하며 모바일 MMORPG의 맛을 살렸다. 

출시 대기 중인 넷마블의 '마구마구2020 모바일'(왼쪽)과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이미지제공=넷마블, 그라비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피파 모바일 등으로 연달아 재미를 본 넥슨은 신작 '바람의나라: 연'을 준비 중이다.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1996년 출시)가 기반이다. 게임은 지난해 두 차례 테스트를 거쳐 올여름 출시 예정이다. 활발한 마케팅에 힘입어 26일 사전 등록 참가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기대감을 키워가는 중이다.

위메이드는 올 하반기 '미르4'를 선보인다.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미르(미르의 전설2 2001년 출시)' 시리즈의 정규 후속작이다. 올드 게임들은 모바일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2007년 출시)는 콘솔로 옷을 갈아입었다. 엑스박스 원 전용 게임 '크로스파이어X'는 최근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며 정식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모바일에서 모바일로 이어지는 올드 게임 IP도 있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2012년 출시) 시리즈를 잇는 '애니팡4'를 3년 9개월 만에 선보인다. 게임은 배틀로얄 '애니팡 로얄', 길드 시스템 '팸' 등 신규 콘텐츠, 가수 아이유를 앞세운 홍보 등의 힘으로 지난 21일 기준 사전 등록 166만 명을 넘기며 애니팡 시리즈의 저력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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