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6.26 19:10

대치동 ‘래대팰’ 최대 1.7억 급등…"공급 주는데다 청약 대기자 늘어 가격 상승 압박 가능성 커"

앞으로 2~3년 정도 더 부동산 가격은 강세를 보일 것이란게 전문가 다수 견해이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 A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1억원을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장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던 A씨는 다른 전셋집을 찾아보려 했지만 “부동산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없다”는 공인중개사무소의 답변만 돌아왔다. 대치동을 떠나자니 자녀들의 교육 문제 때문에 일부를 월세로 부담하는 반전세 매물을 알아봐야할 상황이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이하 6‧17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주택시장은 ‘안정’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혼란’한 모양새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한 규정이 담겨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대치동 ‘래대팰’ 전셋값 한 달 새 1.7억 올라

강남권은 임대인들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지자 기존 전세를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다달이 받는 월세로 세금을 충당하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실수요자=실거주자’로 정의하면서 전세 공급은 더 줄게 됐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를 원천봉쇄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6월 4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를 기록하며 2019년 7월 1주 이후 52주(1년)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3.17%에 달해 매매값(1.78%)의 약 두 배에 달했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초구(0.19%)는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잠원동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고, 강남(0.11%)‧송파구(0.11%)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구축 위주로, 강동구(0.13%)는 신축 수요가 유지되며 상승세가 지속됐다. 양천구(0.04%)도 목동 신시가지 등 학군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네이버 부동산 매물에는 강남구 대치동 소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가 15억5000만~17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6‧17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같은 면적 21층이 15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최대 1억7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또한 ‘은마아파트’ 10층(전용 84㎡)의 경우 전세보증금 7억2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같은 면적 11층이 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7000만원 상승했다.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101㎡은 8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올라와 있는데, 지난달(7억9000만원) 거래값 대비 8000만원 올랐다.

◆강북권 전세도 급등…월계동 ‘그랑빌’ 한 달 새 1.5억↑

이러한 전셋값 불안 현상은 강남을 넘어 강북권으로 번지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노원구(0.11%)는 하계역 인근과 월계동 중저가 단지 위주로 강북구(0.08%)는 미아동 대형단지 위주 전셋값이 상승했다. 주거환경이 편한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된 것이다.

현재 노원구 월계동 소재 ‘한진한화그랑빌’ 전용 139㎡는 6억~6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같은 면적 16층이 5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억~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114㎡도 지난달 4억원에 전세 실거래되던 것이 4억5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것도 전셋값 폭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55.1%)에 불과하다. 또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물량이 줄어든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수도권 전역에서 상승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보유세 부담 및 실 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매물이 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6‧17 대책에 따른 대출규제 강화로 매매 대신 전세 거주를 택하거나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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