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6.28 15:30

개발비·서버운영비 지속 증가 추세…샘 피셔 "게임업계, 현 지표 맹신하다 '사악한 함정'에 빠질 수 있어"

코로나 시대, 게임 산업은 날아올랐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게임은 코로나19의 대표적 수혜자로 꼽힌다. 대부분 산업이 휘청거리는 상황이지만 게임산업은 유의미한 실적 향상을 이뤄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개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난 덕이다. 이전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은 게임을 찾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는 게임산업의 악재가 될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줄어들 여가시간과 그로 인해 더욱 치열해질 경쟁이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글로벌웹인덱스가 조사한 '2020년 3월 글로벌 미디어 소비량 설문조사' 결과.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웹인덱스가 조사한 '2020년 3월 글로벌 미디어 소비량 설문조사' 결과.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코로나19 수혜, 게임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후 게임산업의 성장은 확실히 빛났다. 특히 유의미하게 증가한 이용자 수는 업계를 들뜨게 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전 세계 PC·콘솔 게임 일간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는 17%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게임에 국한되지 않았단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웹인덱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월 전 세계 미디어 소비량은 이전보다 대폭 늘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는 전 세계 평균 51%가 '이전보다 많이 이용한다'고 답변했다. 그 뒤를 TV, 메시징 서비스, 소셜미디어가 뒤따랐다. 게임의 경우 이들보다 적은 전 세계 평균 36%가 '전보다 소비량이 늘었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분기별 유료 이용자 증가 추이.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넷플릭스의 분기별 유료 이용자 증가 추이.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포스트 코로나, 게임의 경쟁자는 넷플릭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다수 미디어 콘텐츠의 이용량이 늘어났고, 이들은 이용자의 한정된 여가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게임의 경쟁자는 같은 게임뿐 아니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과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의 본격적 경쟁 구도는 코로나19 종식된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한때 늘어났던 여가시간은 필연적으로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상당수 노동자가 소득 감소에 시달릴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여가에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줄어들 시대'인 셈이다.  

자원이 한정됐다면 '가성비'가 중요해진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이다. 지불한 가격과 비교해 제품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가격보다 얻는 이득이 클 경우 '가성비가 좋다'는 식으로 쓰인다.

넷플릭스는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다. 친구·가족 등과 비용을 분담하면 가장 비싼 요금제를 한달 4000원 미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PC게임 이용자는 한달에 약 2만원을 게임머니 및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사용한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은 한달에 약 1만원씩 게임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당장 가성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없는 실정이다. 개발비와 서버 운영비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가 수익 요소를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돈과 시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약점이 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 사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샘 피셔 하이퍼히포게임즈 CEO는 "핵심성과지표(KPI), 수익 등 모든 부분의 지표가 좋은 상황이지만 현재 실적 보고의 상당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표를 맹신할 경우) '정말 사악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경영 지표에 들떠있다간 장기적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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