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6.26 21:43

검찰 외부 전문가들, 삼성 의견 수용…심의위원 절대 다수 '불기소 의견' 표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인터넷 언론인연대)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이미 한 차례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당한 검찰 수사가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심의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약 9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5층 소회의실에서 현안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검찰과 삼성 측 의견서를 검토하고 양측 의견진술을 청취, 질의와 토론·숙의를 거쳐 이같은 심의결과를 내놨다.

다만 수사심의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강제성은 없다. 과거 8차례 사례와는 달리 검찰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삼성 "삼바 회계서 위법요소 없어" vs 검찰 "사법정의 구현"

삼성 측은 이날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다"며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역시 과거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의 합병건은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역시 형식상 해석이 다를 뿐, 위법 요소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1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단독지배(종속회사)에서 공동지배(관계회사) 구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억5000억원 가량 높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삼성은 미국의 회계기준에 따르면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의 지분은 15%에 불과했던만큼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지배 회사로 보면 안 된다고 설명해왔다. 

반면 검찰 측은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 당시 법원이 "재판에서 다툴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 사건을 위원회가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사법 정의' 구현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사심의위원들은 절대 다수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중 상당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는 전언도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촘촘한 논리로 맞붙었지만 결국 검찰 외부 전문가들은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설령 이 부회장 기소해도 재판서 유리하게 작용

삼성 안팎의 관계자들은 한숨을 돌리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이후 또 다시 기소돼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 뻔했던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했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모든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고 마무리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예규상 수사심의위의 의견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회의는 총 8번 내렸는데 검찰은 모두 그 의견대로 사건을 최종 처분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2018년 설치됐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였는데 수사심의위 의견을 따르지 않는 것은 수사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더라도 수사심의위 의견이 재판에서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 결과에 따라 삼성은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6월에 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 사장단과 잇따라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던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삼성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한국의 주력산업을 어떻게 회복시킬지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