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31 11:02

 

중국 고대 수레의 모습이다. 이곳에 설치한 손잡이를 가리키는 한자 중 하나가 較(교)다. 그로부터 다시 비교(比較)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예전에 썼던 한자칼럼을 다시 매만져 소개한다. 무엇인가를 고를 때 이 행위에 뛰어나야 좋다. 이리 저리 대상을 따져보고 다른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견줘보는 일, 한자 낱말로 적자면 비교(比較)다.

견주는 행위 비(比)는 의미가 명확한 한자다. 문제는 교(較)다. 두 글자 모두 동사의 의미로 변했지만, 較(교)는 원래 수레(車)의 부속품을 뜻했다. 이 글자의 뜻풀이를 두고 다소 혼란이 없지 않다. 그러나 較가 수레에 올라타는 사람이 사용했던 일종의 손잡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구리로 만든 수레의 손잡이 ‘동교(銅較)’가 중국 옛무덤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같은 맥락의 한자는 軾(식)이다. 손잡이 외에 수레 덮개(車蓋)라는 뜻도 있다.

수레는 고대 중국에서 자주 사용하던 운반수단이다. 때로는 전쟁터에서 쓰이기도 했지만, 평시에는 요즘 사람들이 즐겨 타는 승용차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이 호화 명품 차량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듯이, 고대 동양인들도 수레에 신분 과시용의 장치를 둘렀다.

그게 손잡이였던 較(교)다. 고대 동양사회에서는 엄격하게 신분과 계급을 나눴다. 수레에 올리는 손잡이의 수량과 모양도 그 신분과 계급에 따라 틀렸다. 일반 하층 귀족인 사(士)의 경우, 수레 위에 한 개의 손잡이만 올릴 수 있었다. 상층 귀족인 공경대부(公卿大夫)는 두 개의 손잡이 설치가 가능했다.

한 때는 그 손잡이에 문관(文官)의 경우 푸른색, 무관(武官)은 붉은색 장식을 했다고 한다. 황금으로 만든 손잡이는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고, 시대에 따라 지위가 높은 관리들은 사슴 모양, 또는 사슴뿔로 만든 손잡이를 썼다는 기록이 나온다.

수레에 올린 손잡이만을 봐도 그 사람이 대강 어떤 신분의 인물인지 판가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비교(比較)’일 것이다. 아울러 이리저리 대상을 서로 견줘서 따져본다는 뜻의 계교(計較)란 말도 여기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량(較量)도 그와 비슷한 단어다. 씨름판에서 힘을 겨루면 교력(較力)이다.

교단량장(較短量長)이라는 성어도 있다. 길고 짧은 것을 가리는 일이다. 교능(較能)은 여러 사람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는 행위다. 인재를 표현한 말은 여럿이다. 그러나 ‘현능(賢能)’이라는 말에 우선 주목하고 싶다. 어질고 능력 있음? 그렇게만 풀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앞의 賢(현)이라는 글자가 문제다. ‘어질다’고 하면 우선 ‘착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글자의 함의는 그보다 더 깊다. 사리에 밝아 누구와도 잘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크고 넓게 아우르는 능력이라고 봐야 좋을 듯하다. 달리 이야기하면 슬기로움일 듯하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는 둘 다 있으면 좋다. 그렇지 않더라도 한 가지 정도는 갖춰야 한다. 슬기롭고 능력 있음이다. 이제 곧 우리가 사람을 제대로 골라야 하는 계절이다. 곧 있을 총선 이야기다. 국회의 민의대표를 뽑는 국가적인 행사다.

이 무렵에 우리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바로 비교(比較)다. 막강한 힘을 위임받는 국회의원을 고르면서 옥석(玉石)을 잘 가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슬기로워 마구 다투지 않으며, 국정을 통찰하는 능력도 높은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 우선 후보자 각자가 내놓은 공약도 잘 살피고, 과거의 행적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자. 국내외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3류 정치로 인해 더 깊은 소용돌이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꼭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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