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민주당 자살골만 바라는 통합당, 이게 정치인가
[원성훈의 촌철살인] 민주당 자살골만 바라는 통합당, 이게 정치인가
  • 원성훈 기자
  • 승인 2020.06.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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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연기 민생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을 정조준 해 "김종인 위원장은 '국정운영의 부담은 여당에 오롯이 지우고 야당은 당 개혁에 집중하자'는 한가한 말이나 늘어놓고 있는데, 나랏일 하라고 103명 국회의원을 만들어주었더니 집안일이나 거들며 허송세월하겠다는 격"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통합당의 빈곤한 정치력이야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확인했지만, 해결사를 자처하며 뛰어든 김 위원장까지 당내 강경파 논리에 끌려다니는 것을 보니 민폐 제1 야당의 개과천선은 역시 이번에도 공염불인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4월 28일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공식 출범한 이래로 '두달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다 못해, 이젠 또 다른 야당인 민생당으로부터까지 질타를 받고 있는 양상이다.

박지원 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전략 부재(不在)'를 싸잡아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원 구성 협상은 한 번 가면 4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당에서 국회의장 한 석과 상임위원장 7석을 포기했다고 하면 16석을 4년 내 포기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통합당의 3, 4선 중진들은 손가락 빨고 4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원외 구성상 한 분의 부의장과 일곱 분의 상임위원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주 원내대표가 이렇게 강하게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으로 협상을 하고 있을 때는 당 대표가 나서서 국민에게 충분히 호소했으므로 이제는 실리를 택해야 한다"며 "주호영 원내대표를 지도자로 모시고 국회에 들어가자고 해서 추경을 해주고 그 다음부터 싸우자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지도부가 실리와 명분을 적당히 챙겨가면서 대여투쟁을 하는 전략으로 갔어야 했는데 오로지 명분론에 치우친 나머지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관전평으로 요약된다.

통합당 외의 다른 야권에서 이런 견해가 쏟아져 나온 것은 최근 국회 상황 때문이다. 앞서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18개 자리 중 17개를 싹쓸이 해갔다. 이에 항의해 통합당이 이날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 서서 규탄대회를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의회독재를 실현한 여당과는 앞으로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이려고 모두 검은색 마스크까지 착용해가면서 대여투쟁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일당독재가 시작된 참으로 슬픈 날"이라며 "저희들은 일단 민주당이 일방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공허감이 맴돌았다. '별무신통'이란 평가가 우세했다.

오히려 통합당의 이런 일련의 행태에서 무력감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정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만한 그 어떤 실제적인 힘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15총선에서 통합당이 참패한 이후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를 가동했지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김 비대위원장이 통합당의 개혁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특강에서 "보수, 진보라는 말은 필요 없다"며 "중도란 말도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보수냐 진보냐 하는 종전의 이념대로 얘기하면 문제를 풀 수가 없다"며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즉, 보수·진보 이념에 얽매여 있는 기존 정치체제는 변화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같은 그의 언급과는 달리 그동안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실제 이뤄놓은 것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연기 민생당 수석대변인과 박지원 전 의원의 발언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급기야 같은 당의 장제원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전날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장 독식 사태에 대해 "빈손으로 복귀하는 것보다는 상임위 7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받고 복귀하는 것이 그나마 그림이 나았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은 현실정치의 속성과 관련돼 있다. 정치란 많건 적건 간에 일정 부분 성과물을 챙겨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간 통합당의 공식입장은 이와는 달랐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9일 논평에서 "법사위를 비롯한 18개 상임위를 드디어 한입에 욱여넣은 더불어민주당이 대놓고 기뻐하기는 계면쩍은지 선정적인 말잔치로 여론을 호도하며 야당을 욕보이고 있다"며 "국회의장 단독선출, 법사위 강탈에 이은 103명 야당의원 상임위 강제 배정 등의 폭거는 대한민국 의회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잠시 즐기고 계시라. 배탈나도 먹고 보겠다 하지 않았나"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매일매일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견디면서 국민 앞에 의정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자세는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고 103명의 통합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상임위 강제 배정'을 하는 등 '폭거'를 저질렀으니 이렇게 행해진 '독재정치'에 따른 결과도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와 다름 아니다.

문제는 통합당의 이런 태도가 내후년 대권을 노리는 제1야당으로서 취할 태도로 바람직하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통합당이 내건 '민주당 1당 독재' 프레임이 국민들에게 먹히려면 거대여당의 제멋대로 정치로 국정이 붕괴돼 민생이 도탄에 빠지는 수준에 달해야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민주당의 잘못만을 바라는듯한 통합당의 자세는 '나라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이 무기력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는 자성론도 불거져 나왔다. 보수우파 지지자들이 결성한 'PT자유민주연합'이라는 자율단체 얘기다. 이들은 지난 2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12시부터 30분간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당 뜨내기들이 주인을 내쫒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같은 기자회견을 7월 3일까지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갖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통합당 출신으로 지난 4·15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의원의 4명을 하루 속히 복당시켜 갈라져 있는 보수를 하나를 뭉쳐 대오를 정비해 대여투쟁에 나서라'는 요구다. '한 명의 의원이라도 더 힘을 보태는 형태로 통합당이 가야지, 왜 보수세력을 갈라 놓고 힘을 분산시키고 있느냐'는 항의인 셈이다.

향후 통합당이 가야할 길에 대한 힌트는 최형두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에서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최 원내대변인은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제가 초선의원이고 원내대변인으로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통합당은) 절반이 넘는 초선의 발언권이 상당하다"며 "초선이 누구의 권위에 눌린다거나 누구의 지시를 받거나 이러지 않는다. 함구령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라고 말했다.

최 의원의 발언이 통합당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통합당은 '초선 의원들의 산뜻한 감각'이 실제 현실정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적극 지지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라도 통합당은 변신을 꾀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통합당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빨리 이뤄내지 못하고 현재 노선대로 민주당의 '자살골'에만 기대는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향후 선거에서도 연패 기록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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