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02 10:17
故 최숙현 선수가 사망 전 어머니에게 남긴 메시지. (사진제공=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고(故) 최숙현 선수가 사망 전 어머니에게 남긴 메시지. (사진=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22) 선수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팀에서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 행위 등을 당해왔다고 호소하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의원은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 선수는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낸 뒤 사망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체육회·대한철인3종경기협회·경북체육회·경주시청·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최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지난 2015년부터 경주시청 소속의 트라이애슬론팀과 훈련을 하던 중 구타 등 가혹 행위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빵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강제로 먹게 하고,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고 폭언을 하며 3일 동안 최 선수를 굶게 하기도 했다. 슬리퍼로 뺨을 때리거나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하는 등 물리적인 구타도 자행됐다.

최 선수는 폭행으로 인해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지만 가해자들의 협박이 두려워 제대로 된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선수는 올해 2월 훈련 중에 가혹 행위가 이어졌다며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팀 선배 일부를 고소했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내기도 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논란에 불이 붙자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 등은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오는 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클린스포츠센터와 경북체육회 등 관계 기관의 감사와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도 "故최숙현 선수가 겪었을 고통과 괴로움을 생각하면 협회장으로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스포츠공정위 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주시 체육회는 2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 선수와 관련된 진술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 체육회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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