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7.02 10:47

이규영 IBS 연구위원 연구팀

정상세포의 DNA 복제과정에서는 ATAD5 단백질이 PCNA 단백질을 분리해내고, DNA/RNA 풀림효소를 끌어와 R-루프를 제거한다. ATAD5 단백질이 결핍된 세포의 경우 DNA에 PCNA 단백질이 과다하게 쌓여 전사-복제 충돌이 일어나고 새로운 R-루프가 형성된다.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세포가 DNA 내부의 이상 구조를 제어하는 방법이 밝혀졌다. 

이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팀은 암 억제 단백질 ATAD5가 DNA 내 이상 구조 형성과 해소를 조절하여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생명 유지를 위해 DNA 복제·전사·복구 등 다양한 대사 활동을 한다. 

이때 RNA가 DNA 이중나선의 한 가닥에 결합한 ‘R-루프’가 일시적으로 형성되어 대사 과정 일부를 도운 후 해소된다. 

R-루프가 해소되지 않고 장시간 유지되면, RNA 전사 단백질이 DNA 복제 단백질과 충돌하는 ‘전사-복제 충돌’이 일어난다. 

이 경우 DNA 복제와 전사가 완료되지 못한 채 멈춰버린다. 

이 상태에서 세포분열이 진행되면 DNA가 손상되어 유전정보 안정성이 떨어지고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이전 연구에서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안정적인 DNA 복제를 돕고 암 억제에 기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에서는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과정에서 R-루프 형성을 제어하여 전사-복제 충돌을 해결함으로써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ATAD5 단백질이 R-루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위해 siRNA를 이용하여 인간 세포 내 ATAD5 단백질 양을 줄였다. 그 결과 DNA 복제가 진행 중인 세포에서만 R-루프의 양이 증가했다. ATAD5 단백질이 R-루프 형성 억제에 핵심 요소라는 의미다. 

염색체 복제를 도와주는 PCNA 단백질이 과다 축적되어 RNA 전사 단백질과 전사-복제 충돌을 일으키고 새로운 R-루프가 형성됐다.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부위에서 PCNA 단백질을 분리하여 새로운 R-루프 형성을 미리 차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연구진은 면역정제-질량분석법6) 을 이용해 ATAD5 단백질이 R-루프를 풀어주는 DNA-RNA 풀림효소 단백질들과 상호작용함을 확인했다. ATAD5 단백질이 결핍되면 이 작용이 저해되어 DNA 복제 부위의 DNA-RNA 풀림효소 양이 줄어들었다. ATAD5 단백질이 DNA-RNA 풀림효소 양을 유지하여 복제 중인 DNA에 존재하는 R-루프를 제거한다는 의미다.

이규영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ATAD5 단백질이 DNA 복제 조절, DNA 복제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DNA 내 이상 구조 제어 기능을 갖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며 “R-루프는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DNA 복구, 노화와 관련된 텔로미어 길이 조절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암 치료제, 노화 억제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온라인 판에 6월 15일 게재됐다. 

 명경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이규영 연구위원, 강나래 연구원, 김상인 연구원, 박수형 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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