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7.02 14:06

15년 만에 수사지휘권 발동…"검찰청법 8조 규정에 의거해 지휘"

(공문=법무부)
(공문=법무부제공)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명시적으로 행사한 것은 이번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심의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발송했다.

추 장관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건의한 대로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고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고 지휘했다.

추 장관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라며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 보장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라고도 지시했다.

이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전문자문단 소집 결정과 단원 선정 과정에 검찰 내부에서 이의가 제기되는 점,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이 심의 중인 상황에서 전문자문단이 중복 소집된 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도 예정된 상황에서 결론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윤 총장은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지난달 4일 수사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넘겼다. 그러나 같은 달 19일 대검 부장회의 이후 수사팀 외부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하고 최근 단원 9명으로 자문단 구성을 마쳤다.

추 장관은 공문을 통해 "검찰청법 제8조의 규정에 의거해 지휘한다"며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임을 명확히 했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법무부는 대검에 3쪽 분량의 수사지휘 공문을 발송하고 검찰국 소속 과장(부장검사급)을 통해 같은 내용의 지휘서신을 윤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공문은 언론에도 공개했다.

법무부 장관의 명시적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사상 두 번째다. 지난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취임 6개월여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증언강요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거부한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시의 내용과 형식에 비춰 수사지휘권 발동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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