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3.31 17:10
정은수 교육 전문 칼럼니스트
총선의 계절이다. 올해도 교육공약은 큰 비중을 할애 받지 못했다. 그러나 주요 정당이 하나같이 내세운 것이 있다. 고교 무상교육이다. 새누리당, 민주당, 정의당은 명시했고, 국민의 당은 초·중등학교 의무교육이라 표현했다.

교육적 견지에서 고교 무상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당들이 주장하듯 OECD 국가 대부분은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여타 복지는 학교를 다니는 데 필수적인 선결사항이 아니지만 입학금과 수업료를 낼 수 없다면 학교를 다니는 것, 즉 공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인 무상교육과 다른 무상복지 정책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대규모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과 특성화고 학생을 제외해도 소요액은 2조 원 정도다. 반면 현실은 대선 공약도 ‘2017년까지 고교 무상 교육 단계적 실현’이었음에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교육부가 요구한 2461억 원의 예산조차도 편성되지 못했다. 게다가 이미 시행을 시작한 유아 무상교육도 재원 부족으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미 39%의 고교생이 사실상 무상교육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극히 일부 사각지대를 제외하고는 수업료 부담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작년부터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교육급여 대상자도 개별적으로 발굴 중이다. 시급한 필요는 해소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현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총에서 2013년 실시한 교원 인식조사에서도 73.9%가 고교 무상교육 전면 도입 대선공약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정책을 반대한다는 의견도 60.7%나 됐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 단계도 시행하지 못한 지금도 상황은 다를 바가 없다. 

중학교 무상교육은 1985학년도 도서벽지학교 중1 학년생을 대상으로 시작해 2004학년도에야 전면 실시가 이뤄졌다. 20년 가까이 걸림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의 경우 이미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으니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역사를 통해 실현가능한 정책 방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