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02 15:33

12월 22일~내년 3월 7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대중 공개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사진제공=문화재청)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전 세계에 단 3점 만이 온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고려 나전칠기 자합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고려 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나전합')을 지난해 12월에 일본에서 들여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의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입 가능했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의 위임을 받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소장자와의 협상에 임해 이뤄낸 성과다. 이 덕분에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사진제공=문화재청)

환수된 '나전합'은 길이 10㎝에 무게 50g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을 이용한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만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뚜껑과 몸체에 반복되는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무늬로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배치되며 유려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 바다거북 등껍질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 안쪽에 안료를 칠해 앞면에 비쳐보이도록 하는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連珠文,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시켜 만든 문양)으로 섬세하게 장식돼 있다.

또한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기물의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문양 요소가 조화롭고 품격 있게 어우러져 있다.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뚜껑 상면. (사진제공=문화재청)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불과 20여 점만이 존재하며, 대부분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을 단 2점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돌아온 '나전합'이 추가돼 총 3점을 소장하게 됐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 은 지난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 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 공개된 바 있으나, 이 당시에는 일본의 소유였다. 하지만 올해 12월 22일부터 내년 3월 7일까지 개최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14년 만에 다시 모습을 보이게 됐다.

문화재청은 '나전합' 환수와 관련해 "이번 성공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도 중요문화재 발굴·환수에 힘쓰고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망을 구축해 환수부터 연구·전시 등 활용까지 유기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