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02 18:41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

"임신성 당뇨병입니다." 태아 정기검진에서 의사에게 이 같은 진단결과를 받으면 임신의 기쁨도 잠시 부부는 고민에 빠진다.

임신성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고령임신에다 임신 전부터 비만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여성들도 의외로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수치로 입증된다. 임신성 당뇨환자는 2010년 8948명에서 2019년엔 2만938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임신성 당뇨는 인슐린 분비능력이 부족해 발생한다. 임신으로 두 명분의 인슐린이 필요한데 임신부의 몸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고령 임신부의 경우 노화로 인한 내분비기능이 저하돼 발병 위험도가 높다.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면 거대아를 출산할 수 있고, 태아 저혈당증 또는 분만 4~8주전 태아의 원인불명 사망으로도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임신성 당뇨병을 앓았던 여성은 추후 다시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의학적으로는 출산 후 20년 안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50% 달한다. 뿐만 아니라 다음 임신에서도 임신성 당뇨가 재발할 확률도 30%에 육박한다. 임신 전부터 당뇨병을 갖고 있는 여성도 있다. 이들 역시 태아 기형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태아 기형을 예방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수칙을 지켜야 한다.

하나는 철저한 혈당조절이다. 혈당조절이 안될수록, 즉 혈당화 혈색소(HgA1c)가 높을수록 태아기형 발생률은 증가한다.

인슐린이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해 치료를 기피하는 여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임신기간 중에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해도 태아의 건강에는 지장이 없다. 오히려 임신전부터 혈당을 관리하면 태아기형을 줄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엽산(folic acid)을 복용하는 것이다. 비만, 당뇨병, 신경과결손증 또는 태아기형 과거력 등이 있다면 임신 전부터 고용량(4㎎)의 엽산복용이 권장된다. 당뇨병이 있는 고령 여성이라도 철저한 혈당관리와 엽산 복용으로 태아기형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임신성 고혈압을 동반하는 여성도 많다. 임신성 고혈압은 정상혈압이었던 산모가 임신 20주 이후 수축기혈압이 140㎜Hg, 이완기혈압 90㎜Hg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임신성 고혈압은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두통이나 시야장애, 또는 자간전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간전증이 심해지면 산모는 경련을 일으켜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임신 전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여성이라면 태아에게 안전한 약으로 바꾸는 것이 권장된다. 고혈압 약제중 ‘ACE inhibitor’ 또는 ‘ACE receptor blocker’는 임신중 양수 감소증을 초래해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임신을 모르는 상태에서 해당 약제에 노출됐다면 임신 초기에 다른 약제로 바꿔준다. 또 임신계획이 있다면, 임신 전 태아에게 안전한 고혈압 약으로 교체할 수 있다.

고지혈증 약물을 복용 중인 여성의 경우, 임신 전 또는 임신 후 확인됐더라도 고지혈증약을 중단하면 된다.

고령 임신이라도 건강에 유의하며 위험요인을 피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할 수 있다. 의사가 권장하는 생활습관과 정상체중 유지, 기저질환의 예방, 엽산 등 영양소를 잘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산모라면 고위험 산모에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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