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7.04 14:05

2000rpm 이하 작동 '저속지향형 터보' 적용 증가…다양한 주행환경서 순발력‧응답성 뛰어나

터빈부에 가변노즐을 적용 배기가스 흐름의 정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터보차저를 제어하는 가변형 터보차저 (VGT)는 영역별로 터빈 효율을 최적화시킨다. (사진=계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터빈부에 가변노즐을 적용 배기가스 흐름의 정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터보차저를 제어하는 가변형 터보차저 (VGT)는 영역별로 터빈 효율을 최적화시킨다. (사진=계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최근 출시되고 있는 신차는 다운사이징(Down sizing,소형화) 엔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다운사이징의 핵심은 터보차저(Turbo Charger)이다. 터보차저 엔진은 흡입공기를 최적화해 완전연소가 가능하게 한다. 다운사이징하더라도 출력손실이 없을 뿐더러 이산화탄소배출량과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동일한 배기량으로도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는 터보차저는 오래 전부터 고성능차의 필수품으로 여겨져 왔다. 갈수록 엔진의 고성능을 요구하는 흐름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 최근 들어서는 엔진의 출력향상을 위한 목적보다는 배출가스저감 및 연비향상이라는 친환경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터보차저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친환경 엔진의 최적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신차 시장에서 터보차저를 적용한 차량의 판매량은 2016년 38만대에서 2021년에는 52만대로 35%가 증가하는 등 2022년경에는 전 세계 신차의 48%에 터보차저가 장착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터보차저 작동원리(사진=현대위아 홈페이지 캡처)
터보차저 작동원리(사진=현대위아 홈페이지 캡처)

◆출력향상에서 친환경 기술로 진화

터보차저는 배기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더 많은 흡입공기를 엔진연소실로 넣어 줌으로써 엔진출력을 향상시켜 주는 과급장치다. 엔진 내부로 들어가는 공기의 밀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완전연소를 유도해 엔진의 폭발력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고출력과 높은 토크를 얻는 것이 터보차저의 원리다.

따라서 터보차저를 장착하면 이전에 비해 엔진효율이 약 60% 높아지게 된다. 2.4ℓ 엔진을 1.6 터보차저 엔진으로 교체해도 차량의 효율과 성능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은 기본적으로 배기량과 기통 수는 줄이되, 출력을 그대로 유지해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다. 직분사 등 다양한 엔진 제어 기술이 더해지기도 하고, 과거 자연흡기 대배기량에 주로 사용되었던 6기통 이상의 엔진을 4기통 이하의 작은 배기량으로 바꾸면서 터보차저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터보차저는 적은 연료로도 높은 폭발력을 만들 수 있어 자연흡기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토크가 좋다. 차를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힘이 크면 가속할 때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돼 연비 역시 좋아진다.

현대차의 투싼과 코나에 탑재되는 직렬 4기통 1.6ℓ 터보 감마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 27㎏f·m로 20년 전 현대차가 개발한 173마력, 22.4㎏f·m 토크의 V6 2.5ℓ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높다.

과거의 엔진은 4000rpm이라는 높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했지만, 지금의 터보 엔진은 1500~4500rpm의 낮고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결국 다운사이징과 터보차저로 인한 결과다. 터보차저 엔진은 동급 엔진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높기 때문에 차량응답성이 좋아 운전의 재미를 줄 뿐 아니라 같은 출력을 내면서도 엔진의 배기량은 줄일 수 있어 약 15%의 연비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솔린 터보엔진의 경우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20% 이상 경제적이며, 디젤 터보엔진은 동일한 출력을 가진 자연흡기 엔진보다 40% 이상 연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가별로 더욱 강화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 평균 연비 규제(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로 인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자동차 주행 거리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8g 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는 113g, 2025년까지 89g으로 줄여야 한다. 

터보차저는 현재 SUV를 포함한 승용 디젤의 경우 100% 적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연흡기 엔진이 대세를 이루던 가솔린 엔진 역시 최근 터보차저 장착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는 2025년이면 가솔린 모델의 절반 이상이 터보차저를 장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마일드 하이브리드차의 절대 다수인 약 70%가 터보차저를 적용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되고 있다.

터보제조업체 관계자는 “터보차저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배출가스규제와 고성능화되고 있는 엔진의 요구조건 등 시장의 환경에 따라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에는 환경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터보 적용차가 증가하고 있다. 가솔린 터보의 적용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터보차저 터빈 (사진=계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터보차저 터빈 (사진=계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신기술 적용한 터보차저…친환경 기술 탑재

터보 터빈의 발전과 정밀제어 기술의 발달로 터보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보다 적은 배기량으로 더 높은 출력을 만들고 효율성까지 제고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터보 엔진이 주로 고회전 영역에서 폭발력을 극대화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고성능 터보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고성능은 기본으로 하면서 저속 운전조건에서 효율을 개선해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저속지향형 터보차저가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터보차저는 저속구간에서는 배출가스량이 적고 유속이 느려 터보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2500rpm 이상의 중‧고속 영역에서 터보차저가 작동된다. 최근 출시되는 저속지향형 터보는 2000rpm 이하에서도 작동된다.

쌍용타 티볼리 1.5ℓ T-GDI 가솔린 엔진의 경우 실주행구간인 저속에서 중‧고속영역 즉 1500rpm부터 4000rpm까지 26.5㎏‧m의 최대토크가 일정하게 발휘되는 LET(Low End Torque)를 적용하고 있다. 이 엔진은 다양한 주행환경에서도 순발력과 응답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적용된 1.6 T-GDI 엔진도 1500~4500rpm 구간에서 27㎏f‧m의 최대토크를 만들어 강력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한편, 터보차저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되어 온 터보 래그(Turbo Lag)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터보 래그는 가속페달을 밟아 스로틀 밸브를 열었을 때 실린더에 흡입되는 공기량이 신속하게 증가하지 않고 스로틀밸브가 열리는 정도에 알맞은 양의 공기가 실린더로 흡입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이다. 특히 발진 가속할 때나 천천히 주행하다가 급가속할 때에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가변용량 터보차저(VGT)는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기술로 주로 디젤 터보 엔진에 사용되지만 가솔린 엔진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VGT는 배기가스의 양이나 유속에 따라 터보차저의 터빈 날개형상을 바꿔 엔진연소실로 들어가는 흡기공기량을 조절하는 기술로 낮은 회전영역에서도 터보의 작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터보 래그를 줄여준다. 즉 배기가 뿜어내는 노즐을 작게 하면 같은 배기량이라도 가스가 힘차게 분출되기 때문에 터보 래그는 작아진다. 이러한 VGT는 기존 터보 인터쿨러 시스템보다 출력이 10% 이상 향상되고 배기가스도 저감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2.0ℓ 디젤 엔진의 터보 래그를 줄이기 위해 파워펄스라는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파워펄스는 시동 직후 또는 저속(1단과 2단, 2000rpm 이하일 때)에서 터보차저의 배기압이 충분치 못할 때 2.0ℓ 크기의 탱크에 저장된 압축공기를 이용해 터보차저의 터빈을 작동시키는 원리다.

트윈 스크롤은 터보 래그를 최소화해 자연흡기 엔진에 가까운 응답성을 얻기 위해 적용하는 또 다른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터보 엔진은 실린더 4개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하나의 매니폴드로 모여 터보차저의 터빈에 유입된다.

이럴 경우, 점화순서에 따라 각 실린더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의 간섭으로 배기에너지의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터보차저 내부의 터빈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터보차저 하우징 구성도(사진=계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터보차저 하우징 구성도(사진=계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트윈 스크롤은 터보차저 내부에 2개의 실린더 당 1개의 스크롤(터빈 날개)이 별도로 연결함으로써 점화순서에 따른 배기가스의 기통 간 간섭이 줄어들어 싱글 스크롤 대비 터보 래그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싱글 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 보다 우수한 터보 래그 특성을 바탕으로 터보차저의 용량증대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으므로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의 출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유리하다.

하나의 큰 터빈 대신 두 개의 작은 터보차저를 설치해 배기간섭을 방지함과 동시에 출력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트윈 터보 시스템과 2-스테이지 트윈 터보시스템도 적용되고 있다.

2-스테이지 트윈 터보는 트윈 터보와 같이 두 개의 터보차저를 사용하지만 엔진회전수에 따라 저속 및 고속에서 작동시점을 달리해 저속회전에서는 한 개의 터보만을 구동해 응답성을 좋게 하고, 고속회전에서는 양쪽을 사용하여 토크를 높여준다. 

이 외에도 두 개의 터보차저가 각각 작동하는 듀얼 터보차저와  터보 래그가 큰 저속에서는 슈퍼차저를 사용하고, 고속에서는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양쪽의 장점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터보(Hybrid Turbo) 방식도 있다.

또한 흡입공기를 압축하는 컴프레서 휠이 두 개로 연결된 듀얼 부스터 터보차저나 저속구간에서 배기가스 대신 전기모터가 터빈을 구동시켜 주는 e-터보 기술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신기술 중 하나다. 48V 시스템의 경우 잉여전력을 이용해 전기모터로 터보를 구동시켜 순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e-부스트도 개발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모든 부분에서 터보 엔진이 우수함이 검증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전 세계적인 트랜드는 다운사이징을 통한 성능과 연료효율을 최적화는 ‘라이트 사이징(Right Sizing)’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솔루션은 크게 두 가지로 과급기를 이용해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기름소비를 줄이도록 접근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있다”며 “환경규제로 인해 자동차의 전동화가 가속되면서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갑자기 도로위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강화된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한 내연기관차에 대한 개선을 통한 기술발전이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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