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03 16:23

이상배 "남북관계 가장 원만히 풀어갈 수 있는 사람들 임명"
신범철 "기존 대북정책 더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인사로 평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3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국회의원, 청와대 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통일부장관에 이인영 의원을 내정했고,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예정"이라며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이르면 7월 6일에 임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화 운동가 출신의 4선 의원으로 민주당과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 분야에 힘을 쏟아왔고, 제20대 국회에서는 남북경제협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남북관계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임시 개혁성과 탁월한 기획능력 및 강력한 추진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현장과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경륜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창의적·주도적으로 풀어나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며 남북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964년 충북 충주 출신으로 충주고등학교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1987년 고대 총학생회장으로 대선 직선제 쟁취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각 대학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초대 의장을 맡는 등 '86그룹'을 대표하는 운동권 인물로 꼽힌다. 

이번에 깜짝 발탁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에 대해서 강 대변인은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며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나다"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정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고, 현 정부에서도 남북 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오랜 의정 활동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정치력·소통력을 바탕으로 국정원 개혁을 지속 추진해 (국정원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박 내정자는 지난 1970년대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정치계에 입문,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며 정치권 내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지난 14대를 비롯해 18, 19,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화관광부 장관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정책특보를 거치며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 등 주요 국면에서 직·간접적으로 중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대북송금 의혹에 휘말리며 특검 수사 끝에 2006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듬해 특별사면돼 정치계로 복귀했다.

이후 18대, 19대,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하며 중진 의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낙선했다. 낙선 이후에는 모교인 단국대에서 석좌교수로 대북관계와 국제정세, 국내정치 문제와 관련한 강의와 각종 방송에서 활동해왔다. 

이에 대해 이연기 민생당 대표는 이날 '박지원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에 대해'라는 논평에서 "남북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게 긍정적 소통을 강조해온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을 환영한다"며 "박 전 의원은 북측의 전임 최고지도자들과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재 꽉 막힌 남북 간의 소통을 다시 시작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당으로선 이번 인사를 문재인 정부의 협치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향후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외교 안보 전문가인 이상배 전 상명대 군사학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대북전략 위주로 내정되었다고 본다"며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최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공식이던 비공식이던 가장 원만히 풀어갈 수 있는 분들을 임명한 게 아닌가 싶다"며 "특히, 노련한 박지원 석좌교수와 서훈 원장의 역할에 기대를 해본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임명하려는 것은 남북관계를 잘 풀어 보자는 강한 의지로 보여진다"며 "향후 북한에 끌려 가지 말고 많은 경륜과 경험적 요인을 잘 살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보다 발전적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외교 안보 전문가인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에 대해 "예상치 않은 인물"이라면서도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북정책이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존의 정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인사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입장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보다는 우리의 입장이 또 어떻게 변할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날의 인선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라는 자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인 만큼 문 대통령이 이미 검증된 인사를 중용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며 "특히, 국정원장 자리는 박지원 전 의원도 내심 바라던 자리로 보여지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김 전 대통령의 복심이랄 수 있는 박 의원이 책임지고 마무리해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원장 자리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정했다가는 최근 여야의 냉전 기류가 최고조인 상태에서 그 자체가 정쟁을 극대화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해 이런 상황을 피하려 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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