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7.04 07:20

민주당, 간접재정지원 vs 통합당, 직접현금지원 vs 정의당, 9000억 예산 편성
미국 대학, 시설 폐쇄로 이용하지 못한 기숙사비·식비·학생활동비 등 반환

전국총학생회협의회가 지난 8일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총학생회협의회)
전국총학생회협의회가 지난달 8일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총학생회협의회)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전국 대학생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여야는 등록금 반환에 대한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 재정으로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맥상통한 견해를 갖고 있다.

반면 재정당국은 대학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정치권 입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3차 추경 대학등록금 지원 2718억원 증액…정치권, 재정당국에 등록금 반환 압박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대학생 등록금 반환 문제와 관련해 대학의 자구책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세우고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학 긴급 지원 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증액 심사에서 "대학이 등록금을 받은 상황에서 직접 국민 세금, 혈세를 대학생에게 직접 주거나, 대학 당국에 직접 주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이 힘든 상황이고 많은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 대학생들도 등록금을 이미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 제공자인 대학 당국에서 거기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학이 자구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며 "선행이 전제됐을 때 재정여건이 어려워진 대학 지원을 위해 긴급예산을 지원해 실질적인 자구노력을 교육 당국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결위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대학에 대한 간접 지원 예산을 3차 추경에 반영할 것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3차 추가경정예산 예비심사에서 대학 등록금 지원을 위해 2718억원을 증액한 바 있다. 본예산에서 삭감된 767억원을 복구하고, 고등교육 긴급지원금 명목으로 1951억원의 등록금 환불 재원을 신규 증설했다.

교육위는 예비심사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학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구 노력과 함께 대학 재정 지원의 감액된 부분을 취소하고 필요한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이 등록금을 환불할 경우 일부를 재정을 통해 보전해준다는 의미다.

정부는 그간 대학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정부를 향해 압박을 계속 이어갔다.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교직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대면 수업에 비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대학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직접적인 현금지원은 불가하지만 대학에 간접적으로 재정을 지원하자는 방침을 내세워왔다. 대학이 등록금의 약 10%, 1인당 최대 40만원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면 그에 비례해 재정적 보전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추경을 통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이 강의도 한 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며 "정부가 3차 추경안을 통해 등록금 반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3차 추경안에 대학 등록금 반환 관련 예산을 반영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정의당은 정부와 대학이 반환금을 반반씩 내서 학생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며 구체적인 예산 규모까지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부가 개별 대학과 개별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한다"며 "추경에 등록금 반환 예산을 반영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와 학교가 50%씩 반분해 정부가 9000억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서 국공립대 학생에게 84만 원, 사립대 학생에게 112만 원, 전문대 학생에게 87만 원 정도의 반환금을 지원하자"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세금 지원을 주장하는 건 등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령인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는 전 학기, 또는 전월 휴업 등은 등록금 면제를 할 수 있지만 개강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한 경우는 해당 되지 않는다. 또 천재지변 탓일 때 등록금 면제, 감액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도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

법적 근거를 만들기 만들기 위한 입법이 21대 국회들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의 여야 대치 상황에서는 통과될 수 없기 때문에 세금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견고하지 못한 청년 지지층이 고민이고, 통합당은 중도세력을 껴안을 구심점으로 청년을 택한 정치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정부 지원 통한 등록금 반환, 반대 여론 62.7%

정부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때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시급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학이 반환한 등록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주장했다.

홍 총리는 6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학도 기숙사 운영이 안 되고 유학생을 통한 수입이 줄었지만, 자영업자나 관광업계 등 다른 민간 부문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은 영역"이라면서 "많은 대학이 반환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원 대책 마련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고, 등록금 반환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완해주는 것도 지금 단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환불해주는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 등 간접적으로 지원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2일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3차 대화'에 참석해 "등록금 반환은 정부 직접 지원이 안 되며 대학에 일률적으로 지침을 보낼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어렵고 힘들겠지만 학생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학생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먼저 자구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인 자구노력을 하고 재정이 어려워져 교육여건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면 정부도 책임감을 갖고 지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온라인수업과 학교방역, 교육환경 개선, 실험실습기자재 등 재정지원에 대해 국회 예산당국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에 대해 '직접 지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등록금 환불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은 등록금을 받은 건 대학인데 왜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통한 등록금 반환의 찬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7%가 반대했다. 찬성은 25.1% 잘모르겠다는 12.2%였다. 반대 응답이 비교적 높은 연령대는 30대(75.5%)였으며, 찬성은 20대(27.4%), 50대(29.3%)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 하버드대, 기숙사비·식비로 5218달러 반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대학교들이 등록금에 포함된 일부 항목의 반환을 속속 결정하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학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부분 등에 대한 금액 반환을 결정했다. 미국 대학들은 등록금에 시설비·기숙사비·식비 등을 포함해 미리 받는다. 이번에 반환된 항목은 기숙사비와 식비, 학생 활동비 등이다. 

하버드대학교는 한 학기 등록금 3만8790달러(한화로 4700만원) 중 기숙사비와 식비 5218달러(한화로 632만원)를 반환하고 미국으로 유학 온 해외 학생을 위해 비행기 티켓도 지원했다. 

브라운대학교는 한 학기 등록금 2만8556달러(한화로 3500만원) 중 기숙사비·식비·학생활동비 3849달러(한화로 467만원)를 반환했다. 미네소타대학교는 1인당 1200달러(한화로 145만원)를, 위스콘신대학교는 총 1억달러(한화로 1200억원)를 학생들에게 반환했다.

코로나19로 미국의 대학교 대부분이 지난 3월 말 문을 닫으면서 한국 대학가처럼 학생들의 금액 반환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학 학부생들은 50곳이 넘는 대학에 대해 등록금과 기숙사비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이 성립되면 총 보상금 규모가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미국 대학들도 대부분 적자 상태에 있다며 재정 상황을 학생들에게 상세히 알려줬다. 그러면서도 등록금 중 일부는 반환하기로 했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가 지난 3월 말부터 문을 닫은 점을 고려할 때 3월분의 절반, 4·5월분의 기숙사비, 식비 항목들이 반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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