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03 18:08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팀, 임신 31주 590g으로 태어나…저체중 심장수술로 국내 최고기록

신생아실 김이경 교수가 심장수술을 받고 퇴원을 기다리는 온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 서울대병원)
김이경 신생아중환자실장이 심장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회복한 온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 서울대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심장의 대동맥이 좁아지는 초극소 저체중 신생아가 심장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팀은 대동맥축삭증으로 생사기로에 있던 신생아의 심장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이후 의료진의 팀웍으로 아기가 정상적으로 성장해 곧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이는 국내에서 체중이 가장 낮은 신생아 심장수술로 기록됐다.   

‘온’이라는 이름의 신생아는 임신주수 31주 만에 몸무게 590g, 키 30.5㎝의 초미숙아로 태어났다. 온이는 선천적으로 대동맥이 좁아 약을 투여해도 동맥관을 열어줘야만 혈액이 전신으로 전달될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당시 몸무게로는 수술이 불가능해 적어도 체중이 1㎏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태변이 장을 막고 있어 조영제를 넣어 관장을 하는 등 하루하루 긴장 속에 의료진의 극진한 처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온이의 대동맥은 더욱 좁아지고, 고혈압이 계속되는 등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문제는 생후 46일째의 온이 체중이 1110g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대동맥축삭수술은 체중이 1200g 이하의 극소저체중 미숙아에겐 위험한 수술로 알려져 있다.

아기의 심장 크기는 3㎝에 불과하다. 여기에 실가닥 같은 대동맥을 넓혀야 하므로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을 할 때 심장을 멈추게 하고 혈액을 몸밖으로 순환시켜야 하며, 산소공급을 위해 인공심폐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온이는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잘 견뎌 국내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아기 중 가장 낮은 체중의 신생아로 기록됐다.

김웅환 교수는 “수술은 철저한 사전계획과 유기적인 협진을 통해 합병증 없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온이의 체중이 2240g으로 늘고, 스스로 젖병을 빨 정도로 건강을 회복해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생아중환자실장 김이경 교수는 “다행히 온이의 부모님이 용기를 냈고, 의료진도 최선을 다했다”며 “모든 국민이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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