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03 18:24

2003년 대북송금 사건 구속 당시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
靑, '깜짝 인사' 단행…"정보력과 상황 판단 탁월·국정원 업무에 정통"

박지원 민생당 전 의원. (사진=MBC뉴스 캡처)
박지원 민생당 전 의원. (사진=MBC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청와대는 3일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정(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4·15 총선 때 목포에서 출마했으나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한 박 전 의원은 최근 단국대 석좌교수라는 타이틀로 방송과 SNS를 통해 남북 및 북미관계 등에 대해 전문가로 자주 출연해왔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대북 문제에 정통한 인물로 손꼽혀왔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3년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의 민정수석이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후 박 전 의원과 문 대통령은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을 놓고 경쟁했지만, 최종 승자는 문 대통령이었다.

박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6년 1월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고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 당적으로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지내는 등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자신과 정치적으로 분리된 길을 걸어왔던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것에 대해 적잖은 인사들은 정치적 이변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대북 전문가'인 박 전 의원을 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전면에 배치시킨 것은 그만큼 대북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급격한 냉전 기류로 빠져든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수단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즉,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박 후보자의 대북 경험을 원동력으로 삼아 남북 관계에 확실한 해법을 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에 더해, 우리 정치사에서 거의 드문 사례인 야당 인사에 대한 내각 등용이라는 상징적 의미까지도 고려한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 판단이 탁월할 뿐 아니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여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박 전 의원을 평가했다.

아울러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오랜 의정 활동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정치력과 소통력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원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토록 하는 한편, 국정원 개혁을 지속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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