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06 11:20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억압과 폭력 무서웠지만 그게 운동선수들 사회인 줄 알았다"

최근 체육계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선수들이 6일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최근 체육계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선수들이 6일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체육계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선수들이 6일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직까지 다른 피해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체육계 선수분들의 구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먼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대한 비판부터 쏟아냈다. 이들은 "오늘 저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분개했다.

구체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도록 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다"고 회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다"고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부모님과의 회식 자리에서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한테는 뒤집어 엎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며 "감독한테서 인센티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80~100만원 가량 사비를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더해 이들은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다"며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 선수의 폭력·폭언에 항상 노출돼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다"며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 맞고나서 방에서 혼사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하는 것'이라며,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한 것 같다'며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 취급을 하고 '도망갈까 봐 달래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더불어 "주장 선수는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등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로골절을 인해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선수가 '꼴 보기 싫다'며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웨이트장이나 창고에서 숨어서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주장선수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에서 몰래 방에 늘어와 휴대폰에 지문을 인식시켜 휴대폰 잠금을 풀고 카톡을 읽었으며 자신이랑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연락했다는 이유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새벽에 억지로 연락을 하도록 시키는 등 폭언과 무시를 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증언은 이어졌다. 이들은 "그러고는 팀을 나간다고 말하자 '너 팀 나가면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겠다. 때리고 그런 적 없다'고 협박하고 발뺌을 했다"며 "팀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또한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 까지 말했다"며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는 담당 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으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꺼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다"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팀이 경주시청이었고 감독과 주장선수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이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 최숙현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선수를 지목하고 있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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