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08 18:35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성만 교수, '여름철 O-157의 급습 피하려면'

(이미지: wikipedia.org)
(이미지: wikipedia.org)

일명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은 새로운 질병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년 280만여 건이 보고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불청객이라고 할 수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대장균인 ‘O-157’(오일오칠로 읽음)이 원인균이다. 대장균은 원래 사람과 동물의 장에 항상 살고 있는 대체로 위해성이 없는 세균이다. 하지만 일부가 식중독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이른바 식품을 매개로 한 ‘병원성 대장균’이다.

병원성 대장균은 농장의 오염된 동물, 농업용 관개수 또는 배설물 오염으로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0-157은 공생대장균(E.coli)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가혹한 조건에서도 생존하는 세균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성 대장균은 작용에 따라 장출혈성, 장독소형, 장침입성으로 분류되는데, O-157은 이중 장출혈성에 속한다. 무증상도 있지만 대부분 설사와 복통이 동반되고 혈변을 보며, 이러한 잠복기가 4~5일 지속된다. 이때 5세 미만의 어린이나 면역력이 낮은 노인은 적혈구가 파괴돼 신장기능이 일부 정지되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항생제나 지사제는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2~7%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발생하며, 이들은 심한 경우 혈액투석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번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 집단 감염사례에서도 7월 5일 기준으로 양성확진자 62명 중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증세를 보인 환자는 6명이었으며, 이중 1명이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문제는 O-157이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용혈성빈혈과 혈소판감소증, 급성신부전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 5% 정도에서 콩팥기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는 대장균에 의해 망가진 적혈구가 가는 혈관덩어리인 콩팥 사구체에 찌꺼기처럼 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콩팥 손상으로 혈액투석까지 받은 어린이는 추후에도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작은 증상이라도 놓치지 말고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병원성대장균은 익히지 않은 육류에서 발견되지만 채소에도 오염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는 쌈과 같은 날 채소를 먹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 생선회와 육회는 피하고, 구워 먹을 때에도 고기 속까지 완전히 익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여름철 건강을 위한 길이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선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주의가 더 요구된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반드시 손을 씻고, 육류와 채소, 그리고 칼과 도마가 교차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 약수나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시거나, 아이에게 권하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