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09 11:24

"검사가 양형부당에 대한 구체적 이유 쓰지 않았는데도 이를 인정, 무거운 형 내린 2심 판단은 잘못" 취지

지난 1일 은수미 성남시장이 성남시청에 마련된 '독립운동가 AR 체험존'에 방문했다. (사진=성남시청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일 은수미 성남시장이 성남시청에 마련된 '독립운동가 AR 체험존'에 방문했다. (사진=성남시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함으로써 은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검사의 양형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이 적법하지 않다면 원심이 벌금액을 증액한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규칙 제155조는 항소이유서에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가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했을 뿐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항소장 내지 항소이유서에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양형과 관련해 '제2항 위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로만 주장했다며 이는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이 부당하다는 점에 대한 적법한 항소이유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사가 항소장 내지 항소이유서에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로만 주장한 것을 적법한 항소이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처럼 검찰 측에서 양형부당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받아들여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은 시장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코마트레이드와 이모 씨가 제공한 렌트 차량을 93회 이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코마트레이드와 이 씨가 차량 렌트비 및 운전기사 최모씨의 임금을 지급했으므로, 그것을 이용한 은 시장이 교통비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에선 "운전기사 최씨는 월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은 시장의 운전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 등에 기초한 자원봉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정했다. 이어 "은 시장이 차량을 이용한 것은 정치활동을 위한 교통비 상당의 이익을 제공받은 것"이라며 "정치자금법에서 정하는 당비, 후원금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부받지 않은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은 시장이 차량을 이용한 경위에 비춰보면 그것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제공이라는 점에 대해 미필적 인식에 따라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 시장이 시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정도로 죄책이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선 "은 시장은 교통 편의를 도모하려는 정치자금 제공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서 이를 기부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며 "93회의 차량 이용만으로도 은 시장이 기부받은 경제적 이익은 결코 적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은 시장이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공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누구보다 높은 준법 의식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이 은 시장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볍다"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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