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7.09 18:15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경찰들이 조지 플로이드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The New York Times 유튜브)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경찰들이 조지 플로이드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더 뉴욕타임스 유튜브)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에게 목을 짓눌려 목숨을 잃은 당시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과 경찰들의 대화가 주 법원을 통해 이날 공개됐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해고된 경찰관 토머스 레인과 알렉산더 킹이 사건 당시 찼던 보디캠 녹취록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레인과 킹은 선배인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플로이드 목을  8분 46초간 짓눌러 그를 죽였을 때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녹취록에는 경찰 체포 당시 플로이드는 현장에 출동한 토머스 레인에게 “제가 뭘 잘못했죠, 경찰관님.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고 말했고 “미안합니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찰 총에 맞은 적이 있다며 “제발 쏘지 마세요”라는 애원도 했다.

플로이드에게 수갑을 채우려 다가가자 플로이드는 저항했다. “폐쇄공포증이 있다”, “무섭다”, “죽을 것 같다”라고 소리 치며 경찰차에 타길 거부했다.

그때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렀던 선임 경찰 쇼빈이 나타났다. 쇼빈은 경찰차 안에서 몸부림을 치다 다쳐 피 흘리던 플로이드를 밖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플로이드를 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자신의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20번 이상 반복했다. 레인과 킹, 그리고 현장에 출동했던 다른 경찰관 투 타오는 플로이드에게 "진정해", "말 잘하잖아", "깊게 숨을 쉬어"라고 말했다.

플로이드는 목숨이 위험한 순간 "엄마, 사랑해.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해줘요. 난 이제 죽어요"라고 말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와 자녀들을 찾았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쇼빈은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핀잔을 줬다. 플로이드는 마지막 순간에 "그들이 나를 죽인다"고 힘겹게 내뱉었다.

목숨을 구걸하는 플로이드에게 쇼빈이 한 말은 "그만 말해"였다. 쇼빈은  "그만 소리치고 그만 말해. 말할 때 산소 잡아먹잖아"라며 조롱하듯 말했다.

경찰관들이 플로이드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황도 드러났다. 레인은 플로이드 입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코드 2'를 적용해 구급차를 불렀다가 '코드 3'으로 응급단계를 올려 구급차를 재촉했다. 레인은 쇼빈에게 바닥에 엎드려있는 플로이드를 옆으로 뉘자고도 제안했다. 그러나 쇼빈은 제안을 거절하고 계속 플로이드 목을 짓눌렀다.

이후 레인이 "플로이드가 응급상황에 빠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하자 쇼빈은 "그래서 구급차가 오고 있잖아"라고 답했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행인이 "그가 이제 숨도 안 쉰다"고 소리쳤고, 다른 이는 맥박을 재보라고 채근했다. 레인과 킹이 맥박을 쟀지만 뛰지 않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쇼빈은 2분이 넘게 플로이드의 목에서 무릎을 떼지 않는다. 실신한 플로이드는 뒤늦게 구급차에 실려 심폐소생술까지 받았지만 이내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 판정을 받는다.

이 녹취록은 플로이드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된 레인이 자신은 플로이드 사망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바디캠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레인 측 변호인은 "신참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20년 경력의 고참 쇼빈을 레인이 제지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한 4명의 경찰관 가운데 쇼빈은 '2급 살인' 등의 혐의로, 레인과 킹 등 나머지 3명은 '2급 살인 공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