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7.11 08:05

올해 초 '마스크 대란'과 여름 '비말 마스크 대란'…11일 끝으로 공적 마스크 제도 폐지

마스크.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금스크'라는 신조어가 있다. '금처럼 비싼 마스크'를 뜻한다.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말이다. 

마스크가 생활 속으로 들어온 지 어느새 반년이 흘렀다. 이제 마스크는 자연스런 옷차림의 하나가 됐다.

서울에서 매일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 한 20대 류 씨는 "마스크를 늘 쓰다시피하면서 귀 뒤에 피가 나기도 했다. 이제는 아예 굳은살이 배겼다"며 "지금은 마스크를 쓰는 것에 위화감이 없다. 마치 피부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마스크이지만 코로나 초기만해도 모두가 마스크를 쓸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퍼지던 올해 초, 마스크가 감염 방지 필수품으로 떠오르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사재기와 되팔기가 이뤄졌다. 다른 물품과 마스크를 교환하는 물물교환도 성행했다. 

이에 정부는 2월 말 공적 마스크 제도를 도입했다. 3월 마스크 5부제 시행 뒤로는 시민들은 신분증을 내고 정해진 날에 맞춰 마스크를 샀다. 초기 혼란을 딛고 마스크 공급은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여름을 맞아 다시 2번째 대란인 '비말 마스크 대란'이 찾아오기도 했다. 공급이 풀린다는 여러 차례 소식에도 아직 더위를 덜어주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7일 공적 마스크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오는 11일을 끝으로 공적 마스크는 사라진다. 공적 마스크 폐지를 앞두고 코로나 시대, '금스크'라 불린 마스크 관련 이슈들을 키워드와 함께 정리했다.

◆물물교환에 사재기까지…'마스크 대란'

"물건 팝니다. 돈 대신 마스크도 괜찮습니다."

올 1월경부터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비롯한 중고 물품 거래 커뮤니티에는 마스크 물물교환을 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기본적으로는 사이즈가 안 맞는 마스크를 바꾸는 글이 가장 많았지만, 물건과 마스크를 바꾸겠다는 일부 누리꾼도 있었다. 마스크로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점퍼, 신발, 음식 등 다양했다. 

이처럼 올해 초, 한국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스크 수요에 공급 체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등장했다. 금스크란 말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지난 2월 한 마트 앞에 붙은 마스크 품절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마스크 판매처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줄을 서도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기자도 매번 마스크를 파는 편의점, 마트, 약국을 찾았지만 소득 없이 돌아서야 했다. 마스크 판매처에는 곳곳에 '마스크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이들도 나왔다. SNS에는 양말, 손수건 등을 재활용해 직접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이 유행했다. 시민들이 한데 모여 만든 면 마스크를 나누는 일도 잦았다.

반면 사재기 등 범죄 행위도 나왔다. 지난 2월 10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마스크 150만장을 사재기한 업자를 적발했다. 이 업자는 7억원 어치 마스크를 구매해 14억원에 판매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2월 말에는 마스크 2만9000장을 사재기해 창고에 쌓아두고 중국으로 수출하려 한 판매업자들이 경찰에 발각됐다. 매크로를 돌려 마스크를 사재기한 개인 구매자 18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사재기 행위는 곳곳에서 이뤄졌다.

◆"마스크 사려면 신분증 내세요"…마스크 5부제 도입

대책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가 꺼낸 카드는 '공적 마스크 제도'다.

정부는 2월 말 공적 마스크 제도 시행에 이어 3월 9일에는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에 돌입했다.

마스크 5부제는 주민등록상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제도다. 마스크를 사려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공인신분증이 필요해졌다. 약국에서 약사에게 구매 이력을 확인받고 날짜에 맞춰 마스크를 샀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살 수 있는 마스크는 고작 2개뿐이었다. 

시행 초기에는 혼란이 뒤따랐다. 공적 마스크 시행 첫날 약국에는 마스크가 보통 200장씩 공급됐다. 대다수 서울 약국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도 들쭉날쭉해 제때 줄을 서지 않으면 마스크를 살 수 없었다. 줄을 서기 위해 사람들끼리 붙어 있어야 한다면 결국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공적 마스크 시행 첫 날인 3월 9일, 서울 강서구 약국 앞에 붙어 있던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하지만 공급 초기 500만장에 머물렀던 공급량이 3월 25일 경부터 1000만장가량으로 늘어나며 마스크 공급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마스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올해 1월 말 659만개에서 4월 1259만개로 약 2배 증가했다. 어느 약국 앞에나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은 어느새 사라졌다. 

4월 27일부터는 한 사람이 일주일에 살 수 있는 공적 마스크 개수가 3개로 늘어났다. 지난 6월 1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폐지돼 날짜와 상관없이 언제나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됐다. 6월 18일에는 구매 수량이 1인당 10개까지 늘어났다. 

◆"마스크 안이 너무 덥다"…비말 마스크 대란

사라진 것 같았던 마스크 대란은 여름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보건용 마스크(KF94‧KF80)는 다소 두께가 있다. 때 이른 더위에 마스크 속 온도가 올라가며 사람들을 괴롭혔다. 대면으로 고객과 만나 일을 하는 박 씨는 "여름이면 마스크를 안 쓸 줄 알았다"며 "덥기도 덥지만 여름이 되면서 습해진 날씨에 생긴 피부 트러블이 한 달째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비말(침방울)차단용 마스크(KF-AD)다. 방역 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 보건용 마스크보다 한결 가볍고 통풍이 나아 숨쉬기에 좋다. 정부는 6월 5일부터 비말 차단용 마스크 유형을 신설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에 다시 비말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섰다. 

비말차단용 마스크 판매업체 웰킵스가 지난달 5일, 8일 등에 자사 온라인몰과 네이버스토어에 내놓은 마스크는 10여 분만에 모두 팔렸다. 접속 지연 현상으로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차단되기도 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6월 기준 비말차단용 마스크 매출은 전월 대비 250% 이상 증가했다. 얇은 마스크를 판 이마트 트레이더스 점포는 마스크 구매용 번호표를 배부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비말차단용 마스크 생산량은 3474만개가량이다. 6월 첫 주 37만개보다는 훌쩍 늘었지만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인 8832만개보다는 아직 모자라다.

지난 1일 비말차단용 마스크 물량이 풀리며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업계에서는 7월 말에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적 마스크 폐지…"마스크는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

정부는 지난 7일 공적 마스크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마스크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수요가 안정되고 있어 시장을 통한 수급 체계 구축을 위해 11일부로 보건용 마스크 공적 공급 제도를 종료한다"고 알렸다. 이로써 수술용 마스크를 제외한 모든 마스크가 시장 공급 체계로 바뀌게 됐다. 

이제 마스크를 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느껴진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마스크를 잘 쓰는 것이 마스크를 안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의학지 '란셋'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 위험을 8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중대본 홈페이지)

미국 CNN에 따르면 텍사스대와 캘리포니아대를 비롯한 5개 대학 연구진은 이탈리아와 뉴욕시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 전후 코로나19 감염률을 비교 분석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얼굴을 차단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예방한다"며 "비말(침방울)을 차단해 접촉 전파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 등에 의하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영국 왕립학회장은 9일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음주운전'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감염 위험이 낮은 지역 사회일수록 마스크 착용으로 더 많은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기전파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잦은 환기 등 행동수칙을 정확히 준수하는 것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금스크'란 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말이 됐지만, 마스크가 우리 곁을 떠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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