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10 15:21

이상배 "김정은의 결심 남겨두는 방식 통해 남북·북미 관계에 여지 주려는 의도"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YTN뉴스 캡처)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YTN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가운데,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미북대화가 재개될 수는 있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도 미국과 회담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 파트너는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라며 "그래서 협상 재개가 용이하도록 비핵화 대 제재 완화가 아니라 '적대시 정책 철폐' 대 '협상 재개'를 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즉흥적이어서 북한의 목소리를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며 "또 김정은과 사이가 좋다한다. 바이든 보다 나은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특히 "북한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보유하는 협상을 하려하며 결국 미국의 편에 설 수 있으니 파키스탄처럼 핵을 묵인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우리의 핵을 없애려 들 것이 아니라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라는 데 북한 협상전술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미북대화의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위급 대화 정도는 가능할 것이지만 정상회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것이 결국 연합군사훈련 중단, 전럑자산 전개 중단, 인권문제 제기 중단 등을 포함하는데 북한과 대화를 갖자고 이 정도를 약속하는 것은 트럼프로서는 나쁜거래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북한의 도발 예방 차원에서 대화 재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이슈의 중요성이나 트럼프 외교 성과로 포장하기에는 무리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북한은) 말로는 적대시 정책을 입에 담고 있지만 결국은 제재완화가 희망"이라며 "지난번 하노이에선 너무 제재완화에만 매달렸고, 이번에는 재재완화가 아니라는 걸 너무 많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결국 대화가 재개되도 어느 순간 제재완화를 들고 나올 것이다. 과거에 제재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이야기 한 바도 있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그는 "결론적으로 북한이 핵은 가지면서 여건을 바꿔보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그래서 대화가 재개된다 해도 별다른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또 다른 외교 안보 전문가인 이상배 전 상명대 군사학 교수는 "김여정이 자신의 사견임을 드러내면서 북한이 '조미(북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힌 부분과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즉, 언제든지 대미관계는 바뀔 수 있고, 북한 입장에서 '벼랑끝 전술'을 쓰면서도 김정은의 결심을 남겨두는 방식을 통해 남북·북미 관계에 여지를 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여전히 대미관계 등 대외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2인자의 위상을 다시금 과시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김정은과 김여정의 '굿캅'과 '배드캅'의 모습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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