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7.11 07:00

"하수는 처리대상 넘어 '인간의 생명 신호의 도서관'으로 재조명해야"

10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하수기반 역학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석헌(왼쪽 첫 번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하수기반 역학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석헌(왼쪽 첫 번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전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네델란드에서 하수 내에 존재하는 유전적 정보 등을 통해 하수처리구역 내의 전염 확산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하수기반 역학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수기반 역학에 대한 연구와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하수기반 역학 정책토론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는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의 성분을 분석해 불법 약물 사용 등 지역사회의 건강과 생활양식을 파악하고 감염성 바이러스 및 세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성표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생활 하수기반 역학(WBE)은 생활하수내 잔존의약품 등으로 우울증 등 현대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당뇨나 고혈압 등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며 "생활하수에는 숨어있는 삶의 데이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하수 역학 조사 관련 연구를 통해 마약 사용량이나 항우울제 사용량 등을 측정할 수 있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하수역학'의 강점으로 "병원 기반 감시체계는 증상 기반 감시체계라서 무증상자는 찾기 어렵지만, 하수 기반 감시체계는 바이러스 양을 기반으로 하는 감시체계라서 무증상자도 추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수는 처리하는 대상에서 새로운 에너지원, 대체 수자원을 넘어 인간의 라이프 시그널 빅데이터 라이브러리라는 인식으로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활 하수기반 역학을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비대면의 녹색 디지털 융합 스마트 물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자체와 연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측정방법 및 모니터링 체제를 연구하고 포스트코로나 대비 위해성 분석을 통한 다양한 목표 물질 추적 기법을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석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생활 하수기반 역학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기간에 걸쳐서 그 가능성과 실효성이 일정 정도 검증된 상태이며, 각종 유해물질의 관리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며 "코로나사태를 통해 이 기법은 질병관리에도 유용하다는 것이 복수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됐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이러한 선진화된 하수기반역학을 이용한 위해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인 관련 기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며 "하수로부터 질병원을 검출하는 기법이 고도화되고 신뢰성과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며, 관련 데이터의 분석 및 활용 방법이 개발되어 이를 질병관리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관련된 도시인프라의 관리체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하수처리장에서는 2차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서 고도처리기술의 도입이 지속돼야 하며, 하수소독기술의 새로운 수인성질병에 대한 대응능력의 재정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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