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7.11 10:52
성 소피아 성당 (사진제공=터키 종교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터키가 전 세계의 우려에도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바꾸기로 했다.

성소피아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가 537년 재건한 비잔틴 양식의 정수로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동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쓰였다.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뒤 황실 전용 모스크로 개조됐다.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뒤에는 1934년 터키 공화국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명령에 따라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정의개발당 소속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성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박물관 지위가 취소됐다.

최고행정법원이 10일 박물관 개조가 명령이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모스크 전환이 이뤄지게 됐다.

판결 직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은 성소피아의 관리 권한을 문화부에서 종교부로 이전하는 명령을 발동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박물관으로서의 지위가 바뀌었기 때문에 입장료는 없앨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모스크와 같이 성소피아의 문은 무슬림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피아가 포함된 ‘이스탄불 역사지구’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해마다 성소피아를 방문하는 관광객만 400만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이자 정교회 국가인 그리스는 라니 멘도니 문화부 장관이 “전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인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세계 최대 정교회인 러시아 정교회도 성지의 모스크화에 유감을 표했다. 러시아 정교회 측은 “이 같은 결정이 더 큰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도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소피아는 수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를 증명하는 독특한 유산”이라며 “박물관으로서의 지위는 해당 유산의 보편성 등을 반영해 왔다”고 했다.

터키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은 이번 결정이 세속 무슬림 국가로서 터키인들이 가졌던 ‘자긍심’을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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