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7.13 10:43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무라카미 하루키 트위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무라카미 하루키 트위터)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간토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거론하며 선동과 배타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위기적 상황에 놓였을 때, 예를 들면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사회의 폐쇄성이 짙어지고 배타주의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진도 7.9 규모의 지진이다.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가 크게 흔들렸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 ‘조선인이 방화를 저질렀다’ 등의 유언비어, 거짓말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조선인들의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이 재일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를 조직적으로 살해했다. 희생자만 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무라카미는 라디오 방송 녹음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선전에 관한 말을 인용하며, 분별력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강한 메시지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그 나름의 메시지는 전달하려 한다면서 "나는 1960~1970년대의 학원 분쟁 시대에 말이 혼자서 걸아가고, 강한 말이 점점 활보하는 시대를 살았다. 강한 말이 혼자 전진하는 상황은 싫고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런 시대가 지나가면 전부 그런 말은 사라지고 만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말에 대한 경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오른쪽도 왼쪽도 그렇다"고 경계했다.

그는 “나는 1960~1970년대 학원 분쟁 시대에 말이 혼자 걸어가고 강한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에 살았다”며 “강한 말이 혼자 걸어가는 상황이 싫고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말에 대한 경보를 발신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위터를 이용해 일방적 메시지를 표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전달하는 SNS가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단문으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무라카미가 2년 전부터 라디오 방송 ‘무라카미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가 발령됐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을 선곡해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라카미는 “음악의 힘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시키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8일 단편 소설집 '1인칭 단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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