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7.17 18:40

넥슨 '바람의나라: 연', MMORPG 문법 따르며 감성 자극했지만 색다른 차별점 없어
카카오게임즈 '가디언 테일즈', 수동 조작과 탄탄한 스토리 매력이지만 손이 '뻐근'

돌아온 '도트 게임'.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왼쪽)과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언 테일즈'. (이미지제공=넥슨, 카카오게임즈)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모바일 게임에 강력한 '레트로 바람'이 불고 있다. 

요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옛 게임 전성 시대다. 리니지, 뮤, 카트라이더, 라그나로크 등 10년도 넘은 게임들이 돌아와 시장을 장악했다.

여기에 옛 추억과 감성을 그대로 옮겨온 신작 레트로 게임 2편이 도전장을 던졌다.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과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언 테일즈'다.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기자가 직접 이 게임들을 맛보기로 체험해봤다. 결과는? 감성은 분명 돌아왔다. 옛 게임의 추억들을 모두 불러온 듯하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여러 지점에서 느껴졌다.

과연 이 게임들이 추억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바람의나라: 연…옛 추억은 그대로, 차별점은 어디로?

게임 시작화면.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기자는 어릴 적 '바람의나라'를 즐기지 않았다. 열 살도 더 넘어 게임에 입문해서인지 세대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시작 화면부터 나오는 옛 느낌 물씬 풍기는 일러스트와 배경음은 어릴 때 친구들과 모여 하던 게임들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길고 긴 대기 열을 지나 첫날 급히 증설된 '해명' 채널에 게임 캐릭터를 만들었다. 덥수룩한 머리, 잘 쳐줘야 4등신인 캐릭터가 나왔다. '정말 추억의 게임으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시작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모바일에 맞춘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배치였다. 신작의 UI는 왼쪽 하단의 이동 키, 오른쪽 하단 스킬 창과 상단의 메뉴 등 익숙한 모바일 게임의 형태 그대로였다. 

가로와 세로 화면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각 모드의 불편한 부분보다는 장점이 눈에 들었다. 사냥을 할 때는 가로 모드가, 스토리 진행이나 대화를 할 때는 세로 모드가 편했다. 진득히 앉아서 하기에는 가로가, 이동 시에는 세로가 나았다. 시야각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 점도 좋았다.

이용자 소통 창구가 다양하게 마련된 것은 색다른 지점이다. 채팅창을 키면 나오는 메뉴만 10개다. 특히 이색적인 콘텐츠, 오픈 채팅방은 출시 하루 만에 친목, 길드 모집, 레이드 용도로 활성화되는 등 활용도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유머러스한 감각도 게임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왔다. 게임 진행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시즌패스' 시스템을 사자성어 형태의 '시준패수'로 바꾸고 '시기에 맞춰 재화를 받다'라는 의미를 준 것, 핵심 NPC 무상이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유행어를 읊는 것 등도 재미요소다. 

무엇보다 나쁘지 않았던 것은 도트 그래픽이다. 바람의나라: 연의 도트 그래픽은 충분히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피로함을 주지는 않았다. 어차피 높은 화질, 뛰어난 타격감만을 원하는 이들이 꾸준히 찾을만한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뛰어난 그래픽의 게임들을 할 때마다 눈이 피로했던 기자에게는 이 정도 그래픽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게임 개발을 맡은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는 "예전 바람의나라의 도트 그래픽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화를 옮겨 작업하듯 새로 도트 작업을 했다"라며 도트 작업에 들인 공을 강조한 바 있다.

자동 이동 중인 게임 캐릭터.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자동 이동 중인 게임 캐릭터.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추억은 살려냈지만 그 다음 이용자들을 묶어둘 구심점이 흐릿하다.

게임의 특색은 도트 그래픽과 국내성, 왈숙이, 각종 굴과 몬스터 등 게임 배경과 NPC가 불러일으키는 원작의 추억에 기댄 점이 많다. 이것들을 제외하자면 돌아온 바람의나라: 연의 핵심 시스템들은 요일 던전, 레이드, 4개 직업, 환수 등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 사냥과 자동 퀘스트도 일반적이다. 이 자동 시스템은 '보는 게임'에 어울린다. 화려한 그래픽의 타 게임들과 비교해 도트 그래픽과 옛 감성을 충분히 즐기고 난 후에도 게임을 이어나갈 색다른 재미가 필요하다. 이런 재미 요소는 게임을 플레이한 짧은 기간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익 구조도 일반 모바일 MMORPG와 비슷했다. 사냥을 통해 얻은 재료들로 장비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강점이나 결국 장비 강화에 확률 요소가 들어갔다. 핵심 콘텐츠인 환수에도 확률 뽑기가 적용돼 과금이 성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의 누적된 확률에 대한 피로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무한장 랭크전 등 PvP 콘텐츠, 대규모 레이드 등 성장 이후 재미가 커질 콘텐츠와 넥슨의 운영 능력치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넥슨은 비슷한 타이틀 메이플스토리 M도 초반 어려움을 딛고 장수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는 출시 직후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용자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해 원작처럼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가디언 테일즈, 재미있지만 수동 조작 피로함 이겨낼까?

가디언 테일즈 시작 화면.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바람의나라: 연의 국내성을 뒤로 하고 '가디언'들이 사는 캔터베리 왕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RPG '가디언 테일즈'는 올 초 해외 소프트 론칭에서 성과를 냈다. 높은 이용자 평점을 기록했다. "재밌다"는 입소문이 돌았는지 국내 사전 예약에도 100만 명이 몰렸다. 최근 옛 게임들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선전하며 기대를 불렀다.

게임을 다운받고 앱을 실행했다. 시작 화면의 뛰어난 화질에 놀란 것도 잠시 곧 익숙한 3등신 도트 캐릭터들이 나왔다. 캐릭터 선택지는 두 개다. 남기사와 여기사. 대신 세 가지 성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프롤로그가 이어졌다. 대부분 모바일 RPG들이 그렇듯 알아서 퀘스트 창을 누르면 움직이겠지, 생각했다. 그런 건 없었다. 이 게임은 일체 수동이다. 방향키를 눌러 움직이고 공격키를 눌러 공격을 해야 한다. 당연한 상식 같던 게임 구동방식이 최근 자동 전투에 익숙하던 기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줬다.

게임의 첫 단계를 넘는데 저녁 시간을 꼬박 썼다. 결론적으로 게임은 재미있다. 도트 그래픽과 중간 중간 나오는 퀄리티 높은 그래픽은 궁합이 좋다. 역시 깔끔한 도트 퀄리티로 레트로 감성은 살리되 피로도는 줄였다. 점 형태로 날아오는 적의 공격, 과장된 캐릭터들의 표정은 어릴 적 하던 게임들의 그것과 비슷했다.

"세상 모든 재미를 다 담았다." 이 홍보 문구처럼 온갖 게임의 요소가 한데 다 모인 것도 큰 장점이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넘으려면 퍼즐 방식 길 찾기가 필수다. 문을 열기 위해 불을 붙이거나 돌을 옮겨 맞는 자리에 가져다 둬야 한다. 1스테이지가 끝나고 등장하는 ‘부유성’ 콘텐츠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SLG) 느낌이다. 공간을 꾸미고 사진 찍어 자랑할 수 있다. 말로는 복잡할 것 같지만 실제 체험해보니 각 요소들이 과하지 않게 어울렸다.

RPG의 기본인 전투도 버리지 않았다. 전투는 크게 난이도가 높지는 않다. 수동 방식의 재미가 드러난다. 손맛이 좋다. 기본 칼을 비롯해 활, 총, 지팡이 등 무기 종류는 다양하다. 각 무기마다 다른 기술도 개성적이다. 

탄탄한 스토리에도 눈이 갔다. 메인 이야기는 공주와 함께 왕국을 침공한 적들에 맞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가장 기본적인 구조라 또 다른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많다. 동료 58명의 이야기가 이 틈을 채운다. 각자 사연을 듣고 나면 동료를 맞이했을 때 기쁨이 커진다.

주인공들이 게임 NPC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반면 이 지점들 역시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자동사냥, 방치형 등 자동 요소가 대세다. 모바일 게임은 기기 특성상 이동성이 좋은 대신 조작감이 불편해 '보는 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가디언 테일즈는 이에 대부분 반한다. 도트 그래픽, 수동 조작, 다양한 게임 형식이 이용자들에 얼마나 어필할지 알 수 없다. 기자도 게임은 재미있게 했지만 핸드폰 배터리는 거의 나가 버렸고 손은 뻐근한 등 부작용이 왔다. 확실히 편하게 대충대충 해서 넘어갈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퍼즐 기반 콘텐츠들, 전투 등이 일정 수준부터는 반복되는 느낌도 아쉬운 점이다. 아울러 나이대가 낮은 이용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게임 특성상 수익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자동 플레이 기반 콘텐츠들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 이 시스템에 불만을 품은 게임 이용자들도 다수다. 달리 생각하면 확실한 포지셔닝으로 오히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동 게임, 다양한 장르 기반 게임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게임 내 '부유성' 콘텐츠. 시작 시 나오는 로비 화면이기도 하다. (사진=게임 화면 갈무리)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게임에는 이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게임 시장은 분명 '레트로 열풍'이다. 

두 편의 도트 게임의 시작을 잠시 체험해 본 결과, 옛것이 모두 낡은 것만은 아니었다. 추억을 넘어서는 장점도 확실했다. 이 레트로 열풍이 어디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 할 테지만 기억할 것은 "잘 만들고 가꾼 게임은 오래 간다"는 단순한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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