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17 15:49
배준환. (사진=SBS뉴스 캡처)
배준환. (사진=S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1000건이 넘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한 배준환(37)의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n번방'·'박사방' 사건 외에 성범죄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17일 배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 1300여 건을 제작해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배 씨는 성 착취물 제작·유포 혐의(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지난 9일 구속됐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던 배 씨는 이날 오후 1시경 검찰로 신병이 넘겨지는 과정에서 모자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공개한 채 나타났다.

배 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인정한다"고 답했으며,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경찰은 배 씨의 혐의에 대해 "피의자는 'n번방'과 '박사방'으로 성 착취물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시기에 오히려 범행을 집중적으로 저질렀고 청소년 피해자가 44명에 이르고 이들의 영상 수천 개가 유포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설명하며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 신상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전직 영어 강사라고 밝힌 배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년 동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불특정 다수 청소년에게 접근해 44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 총 1293개를 제작하고 이 가운데 88개를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 결과 배 씨가 가지고 있던 성 착취물의 용량은 66.5GB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 씨의 범행 타깃은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광범위했으며, 오픈채팅방 이름에 기프티콘·기프트카드·문화상품권 등을 주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배 씨는 1000번 이상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 씨는 성 착취물 속 피해자 행위의 수준에 따라 1000원에서 20000원에 달하는 기프티콘 등을 '보상'으로써 차등 지급했으며, 성 착취물에 자신이 음란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인 '영강'(영어 강사의 준말)이 적힌 종이가 노출되도록 하기도 했다.

배 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만든 성 착취물을 자신이 활동한 음란사이트에 유포했다. 

또 배 씨는 여성 피해자 8명과 성관계하면서 촬영한 동영상 907개도 모두 음란사이트를 통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소년 피해자 2명에 대해 성 매수·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4일 위원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이는 올해 국민적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 관련자 외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 정보가 공개된 최초 사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