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17 18:26
경찰은 17일 중학교 선배에게 고문에 가까운 가혹 행위를 자행한 20대 커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JTBC뉴스 캡처)
경찰은 17일 중학교 선배에게 고문에 가까운 가혹 행위를 자행한 20대 커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JTBC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돈을 벌겠다고 고향 광주를 떠났던 A씨(24)는 지난달 말 귀향했다. 온 얼굴과 몸에 화상이 가득하고 벗겨진 두피에서는 짓무른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A씨의 부모는 당시 아들의 모습에 대해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A씨를 그렇게 만든 것은 동거하던 중학교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였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학교 선배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고문에 가까운 가혹 행위와 폭행으로 신체를 다치게 한 혐의(특수상해)로 박모 씨(21)와 그의 여자친구 유모 씨(23)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두 사람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 평택시의 자택에서 중학교 선배 A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신체적 위해를 가해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군 제대 이후 마땅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A씨는 경기 평택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후배 박 씨의 제안을 받고 이들 커플과 동거를 시작했다.

A씨와 박 씨는 처음엔 같은 직장에서 일한 돈 등을 모아 공동생활을 했지만, 직장을 그만두며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박 씨의 폭행이 시작됐다.

A씨가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일용직으로 번 돈을 생활비로 내면서 공동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박 씨는 주먹으로 때리는 등 비교적 가벼운 폭행을 시작으로 점차 폭력의 강도를 늘려갔다.

A씨보다 큰 체구의 박 씨는 폭행에도 A씨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그만하라"는 말만 반복하자 골프채 등 둔기를 동원해 구타했고, 끓는 물을 수십 차례 몸에 붓거나 불로 몸을 지지는 등 가혹 행위까지 자행했다. A씨는 불을 가까이 대는 것이 무서워 도망가면 박 씨 커플이 큰 소리로 비웃어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A씨는 약 3개월에 걸친 박 씨 커플의 폭행·가혹 행위로 인해 두피가 벗겨지고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가혹 행위로 인한 고통으로 A씨는 제대로 씻지도 못했고, 그로 인해 피부가 괴사하면서 몸에서 악취가 나자 박 씨 커플은 A씨를 화장실에 가둬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게 했다. A씨는 화장실 안에서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세면대 물을 마시며 버텼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들 커플의 협박으로 인해 도주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 커플은 A씨에게 "도망가면 부모님 집에 불을 지르겠다",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씨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회사에 손해가 생겼다며 수억 원대 차용증을 쓰게 하고 "집에 가고 싶으면 돈을 갚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협박을 이기지 못한 A씨는 안부를 묻는 가족들의 연락에 "잘 지내고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A씨의 건강이 더욱 악화되자 박씨 커플은 광주의 한 병원에 A씨를 입원시켰다. 그러나 병원비가 없던 A씨는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퇴원했고, 재차 이어진 가혹 행위를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본 A씨의 부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사건의 잔혹성과 중대성 등이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즉각 박씨 커플을 검거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일부 혐의만을 인정하고 유 씨는 A씨가 자해해서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증거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A씨의 치료에도 중점을 두고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치료비 지원 및 심리 치료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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